무협/SF

야담소설가 유관필 - 3부

본문

당예인이 유가장을 들락거리면서, 당예인 자신도 많이 변한 것을 느꼈지만, 당예인이 생각하기에 가장 많이 변한 사람은 자신의 개인 시비이 린아였다. 유관필에게 꽤나 단호하게 자신의 아버지인 당척과의 만남을 거절당해 시무룩한 당예인을 위로한 것은 유가장의 대부분의 사람들이었지만, 오직 린아만이 다음의 일을 말했던 것이다.




"아가씨, 걱정하지 마세요. 화영이가 그러는데요. 유 장주님 성격이 원래 그러시데요. 자신이 없는 일은 약속을 잡지 않는 성격이라서 거절은 했지만, 막상 가주님이 유가장을 방문하시면 반갑게 맞으실거래요."


"응?"


"제 생각엔 아무 문제가 될 게 없어요. 장주님은 아가씨의 선생님이시니까요. 가주님은 아가씨의 아버님이시고요. 부모가 자식을 맡겨놓은 선생님을 찾는 게 무슨 문제가 되겠어요?"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그냥 좋은 만남이 아니잖아. 난 선생님이 아빠의 미망을 깨줬으면 좋겠어서."


"그것도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유 장주님은 그게 누구든 자신이 생각하고 느끼는 바를 그대로 말하시는 분이시잖아요. 가주님이 장주님을 만나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거에요."


"그렇네. 진짜! 그런데, 너 이런 걸 어떻게 알았어?"


"전 눈치가 빠르니까요. 그러니까 너무 걱정 마세요. 전 이만 주방에 가볼게요. 점심 준비를 해야 해서요."


"그래. 고..고마워."


"그렇게 얼굴 붉히지 않으셔도 되요. 예전엔 싫었는데, 전 유 장주님을 만난 다음의 아가씨는 너무 좋으니까요."


"그래."




유가장의 모든 것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당예인은 그리 넓지 않은 유가장을 천천히 걸으면서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올까를 생각했다. 내원을 지나 사랑으로 통하는 길에서 총관인 일문이 일꾼 추헌과 명진을 데리고 사랑 앞에 나무를 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유가장은 새로 지어진 장원이지만 몹시 안정감이 있다. 




"무슨 나무에요?"


"복숭아 나무입지요. 내년 봄이 되면, 여기에 달린 복숭아를 맛보실 수 있을 겝니다."


"사오신 건가요?"


"아니요. 어디라더라. 그렇지 아미파의 높은 분께서 보내주신 겁니다요."


"선생님과 어디서 만나신 분이신가요?"


"아니요. 마님께서 이번에 아미파에서 운영하는 고아원에다 기부를 하셨거든요. 그 보답이지요."


"얼마나요?"


"은 다섯냥입니다요."


"그리 큰 금액이 아니잖아요. 겨우 그걸 기부했는데, 아미파에서 나무를 보냈다구요?"


"그냥 은자를 보내셨을리가 없지요. 겨울이 오면 춥다고 아이들 발을 모두 재서, 가죽신을 만들어 보내셨지요."


"아."


"아가씨, 너무 걱정하지 마시지요. 장주님도 마님도 아가씨를 식구로 여기는데, 아가씨 소원을 그리 냉정하게 거절할 리가 없으시니까요."


"그러믄입쇼. 그럴겝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자신을 위로하는 말을 하는 일문과 일꾼들을 보면서 당예인은 다시 한 번 자신이 많이 변했음을 알 수 있었다. 예전의 자신은 자기보다 나이가 많다고 집안에서 부리는 사람들에게 존대를 하거나, 그들의 위로를 받아들이는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당가는 여느 무림의 세가들보다 가족간의 우애가 돈독한 편이지만, 무림이나 정치와는 상관없이 그저 자신을 열 아홉 나이의 아이로 보아주는 유가장의 푸근함에 푹 빠져버린 당예인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추헌이 들고 있는 삽을 빼앗아 들었다. 만류하는 일꾼들의 앞에서 당예인은 내공을 사용해서 단번에 어른 남자의 허리께까지 땅으 파버렸다.




"어때요? 아저씨. 이 정도면 충분한가요? 좀 더 팔까요?"


"아.. 충분합니다. 아가씨. 역시 대단하시네요."


"앞으로 힘쓸 일이 있으면 저를 부르세요."


"그럴 수야 있나요. 장주님이 아시면 경을 치시게요. 그래도 돌아다니시다가 한 번씩 도와주시면 저희야 좋지요."


"헤헤. 그러세요. 점심 때 봐요."


"하하. 그러시지요. 아가씨 고맙습니다."




관필의 말에 따라, 무림인이 되는 것을 그만둘 생각을 한 당예인이지만, 어떻게든 배운 것은 소용이 된다는 것을 깨달은 당예인이 뿌듯한 마음으로 주방으로 향했다. 속에 차는 한끼로 성도를 찌르르 울리는 유가장이지만, 유가장의 점심은 단촐했다. 찬모인 일지 할머니는 하루 종일을 준비해서, 저녁에 성찬을 차릴 준비를 하고 있었고, 유가장의 점심을 지휘하는 것은 안주인인 오세인이었기 때문이다. 주방일에 서툴러서 주방을 잘 찾지 않는 당예인의 등장에 오세인이 반색했다.




"어쩐 일이야?"


"그냥 할 일도 없고 해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요."


"맛 좀 볼래?"


"뭔데요?"


"어, 만두야. 아까 우리 집 양반이랑 일문이랑 잡은 물고기로 만든 어만두."


"괜찮아요. 이따가 상차리면 그 때 먹을래요. 그보다 뭐 도울 게 없을까요? 힘쓰는 일이라면 자신 있는데."


"그럼 저기 뒷산에 가서, 일지 할머니 좀 모셔올래? 나물 뜯으러 가셨는데, 화영이나 내가 가면 모셔올 수가 없거든. 예인이 네가 가서 안되면 번쩍 들어서 모셔와. 우리는 그런 힘은 없으니까."


"그럴게요. 경민이는 어디 갔어요?"


"아, 공부할 걸."


"선생님은요?"


"응, 며칠 전부터 뭔가를 쓰는 것 같은데, 그게 뭔지 모르겠어. 내게도 보여주지 않아서."


"혹시 연서라도 쓰시는 게 아닐까요? 요즘 성도에서 선생님 인기 장난이 아니거든요. 미월루의 그 기녀도 선생님께 반해서, 손님을 받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름이 뭐랬지? 린아야?"


"월향이요."




농담으로 던진 말에 새파랗게 질려서 비틀거리기까지 하는 오세인을 급히 부축하며, 선생님이 그럴리가 없다. 만약 선생님이 만에 하나라도 그런 일이 있다면, 내가 먼저 그 월향이라는 기녀를 물고를 내버리겠다 어쩌겠다하며 수선을 떨던 당예인이 오세인을 내원의 방에 눕히고는 일지 할머니를 찾으러 뒷산으로 내달렸다. 




뒷산이라고 해봐야 석죽산이 시작되는 작은 언덕인데다 석죽산 인근은 유난히 식생이 부족해서 금방 일지 할머니를 찾은 당예인이 할머니를 외치면서 다가가자 쭈그려 앉아 나물을 캐던 찬모 일지 할머니가 끙하고 다리와 허리에 힘을 줬다. 




"할머니, 언니가 모시고 오래요."


"괜찮데도요. 전 여기서 이걸로 참을 하면서 점심 나절이 지나서 내려가면 된데는데도."


"뭐 캐셨어요?"


"더덕이랑 도라지랑 뭐 그런 것들요."




당예인이 다가가서 일지할머니의 소쿠리를 봤는데, 모두 크기가 형편 없었다. 하긴, 이 곳의 식생은 가난하기로 유명했으니까. 




"에게. 모두 자잘한 것들 뿐이네요."


"그래도 맛이 있어요. 하나 먹어볼래요?"




일지 할머니는 작은 칼로 캐놓은 더덕 하나를 빠르게 껍질을 벗겨냈다. 그 재빠른 솜씨에 당예인은 눈을 크게 뜨고, 일지 할머니의 손을 바라봤는데, 어느새 하얀 속살이 탐스러운 더덕이 당예인의 얼굴 앞으로 쑥하고 내밀어졌다. 입에 넣고 씹었는데, 쌉쌀하지만 진득한 달콤함이 씹을수록 배어나오는 것이 아닌가. 눈을 크게 뜬 당예인이 큰 소리로 말했다.




"할머니. 맛있어요!"


"그렇죠? 장주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산의 산세가 이만치 훌륭한데도 산에 나무들이 없는 건 산에 그만한 힘이 있어 그런 거라고요. 힘이 있는 산을 곁에 두고 즐기며 사시겠다 하시더라고요. 모두들 말리는데도 이 늙은 것이 여길 올라온 건 이런 녀석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에요. 힘겨움을 이기고 고난 속에서 피어나는 꽃들이 더 향기가 짙은 법이라서, 여기 이것들은 모두 모양새는 볼품이 없지만, 그 맛과 향이 더 뛰어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죠."


"할머니는 그런 걸 어떻게 아셨어요?"


"장주님께서 알려주셨죠. 세상의 어떤 것들도 모두 쓸모가 있는 거라고요. 태어난 데에는 모두 이유가 있는 거라 하셨거든요. 가만히 보면 여기 이런 놈들은 우리네를 닮았거든요. 작고 가냘파서 도무지 쓸모란 없을 것 같아서요. 정성을 들여야 뭐라도 될 것 같은 그런 놈들이요. 온종일을 뒤져서 찾아낸 것들이 겨우 이 정도지만, 장주님이 시간을 들여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내 쓰임새를 찾아내 주신 것처럼 저도 이 놈들에게서 맛을 찾아내는 일을 해주고 싶거든요."




더덕의 맛과 향에 감탄했던 마음이 이제는 일지할머니의 마음에 감동으로 바뀐 당예인이 일지 할머니에게 물었다.




"할머니. 전 어떨까요? 여태껏 제가 잘 하는 거라곤 무공을 닦는 것 밖엔 없었거든요. 선생님을 만나서, 사람을 해치는 일을 제가 잘 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더니, 그게 아닌 것 같아서 무림인의 길을 포기했거든요. 그러고 났더니 제가 잘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어요. 전 부엌일도 잘 못하고, 언니나 선생님처럼 여러 사람을 어우르면서 살지도 못할 것 같고. 여인이 갖춰야 할 소양같은 것도 없고요. 계집애인 주제에 아까도 땅을 파는 일을 했다니까요. 할머니, 전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아가씬 예쁘잖아요. 씩씩하기도 하고. 여자가 그거 이상 가는 게 어디 있겠어요."




점심나절까지는 나물들을 찾겠다는 일지 할머니를 설득하지 못하고 석죽산의 언덕을 내려오며, 당예인은 적이 실망을 했다. 예쁘고 씩씩한 것만으로는 세상을 살아갈 수가 없다. 밥을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유가장을 내려다보며 당예인은 내려가자마자 유관필을 만나, 자신의 쓰임새에 대해 묻고 말겠노라는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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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우울해서 글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점심나절이 지나서 **에 접속했더니 청란아모해라는 빌머억을 놈은 이번에는 입에 담을수조차 없는 욕설을 보내왔습니다. 우리 엄마와 관계된 욕이었습니다.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습니다. 아이디를 다시 살려서 복귀할 때 이번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그만두지 않겠다고 결심을 했었는데, 왜 이런 욕까지 먹어가며 글을 써야 하나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진짜로 의욕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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