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음양도 - 1부 9장

본문

3. 강호초행(3)




절강의 푸르름이 휘굽어치는 항주에 도착했다. 상관 소연은 그녀대로 100년 동안이나 의식이 없어서 지금의 지역에 대해 잘 몰랐고(그 전에는 아마 다른 곳으로 나돌아 다니지 않은 무공을 조금 익힌 낭자였나보다), 난 나대로 중국 대륙 지도에서나 봤지 실제로 본적이 있어야지(내 출신은 엄연한 2000년대 대한 민국 국민이라구!). 때문에 우리 둘은 항주 절경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을 하였다.




꼬르륵


한 참을 경치 구경을 했을까? 내 배에서 밥 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것이였다. 그런 나를 보고 상관 소소는 빙긋이 웃었다.


“가가. 많이 시장하신가 봐요. 가까운 곳이라도 가서 요기라도 하는 것이 좋겠어요.”




나는 상관 소연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고개를 돌려 가까운 객잔으로 들어갔다.


역시 객잔 안은 사람들로 북적댔다. 항주의 절경에 취해 유람을 나온 유생이나 물건을 팔러 다니는 장사치 그리고 칼과 창을 가지고 있는 강호인들로 정신이 없었다.




우리가 들어가자 예의 다른 곳에서 똑같은 상황이 변함없이 일어났다.


“와아!”


주위 사람들 반응에 괜히 내가 우쭐거리는지... 우리에게 다가온 점소이도 잠시 상관 소연을 멍하니 처다보다 정신을 차린 것인지 우리를 자리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무엇을 드릴깝쇼? 공자님”


“연자탕이랑, 죽엽청 한 병 가져다 주게”


난 평소 무협지에서 나오는 음식들이 어떤 맛일까 하는 생각에 먼저 생각나는데로 시켰다. 상관 소연은 그녀의 입에 맞는 두어가지 음식을 시켰다. 


음식을 시키고 잠시 동안 소연과 항주 구경했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켈켈켈. 이봐 젊은 친구! 무공 좀 하는 강호인 같은데. 강호에서는 사해가 다 동도라 했지 않나. 그러니 여기 이 늙은이와 이 아이에게 인심 한 번 쓰게나!”


내 평생 이런 냄새는 첨 맡아 본다 싶을 정도로 구리고 역겨운 냄새를 풍기며 범상치 않은 할아버지 한 분과 남잔지 여잔지 분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꽤재재한 아이가 있었다. 나이는 나보다 두 세 살 정도 어려보였으나, 암튼 상관 소연이 인상을 쓸 정도로 악취를 풍기는 거지 몰골이였다.




‘흠. 그렇지 책에서 종종 이런 인물들이 개방과 관련이 많았는데...’


냄새에 정신이 오락가락 할 정도였으나 내가 알고 있는 얄팍한 지식으로 난 이사람들에게 잘 대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르신 말씀이 맞습니다. 이리 앉으시죠. 이보게 점소이! 여기 두 분께 음식 주문을 받게!”


늙은이는 거절을 할 줄 알았는지 잠시 멈칫 하다가 다시 괄괄한 모습으로 내 옆 자리에 앉았다.


“이녀석! 보거라! 이 강호에는 이런 젊은이 처럼 맘씨 고운 사람이 널렸다고 하지 않았느냐. 어서 이리와서 앉거라. 오늘 이 젊은이 덕에 오랜만에 포식 좀 해보자!”


늙은이의 말에 조금 떨어져 있던 아이가 머뭇 거리며 다가와 앉았다. 




이윽고 음식이 나왔다. 나와 소연이 시킨 음식은 얼마 되지 않는데 나중에 온 할아버지가 시킨 음식들이 식탁에 쌓이고 싸여 더 이상 놓을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암냠! 냠냠! 이보게 젊은 친구 왜 먹지 않는가!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쩝쩝!”




소연과 나는 그만 음식을 먹을 생각도 하지 않고 수저를 놓았다. 그저 보는 것 만으로도 배가 불러올 만큼 그 늙은이는 개걸스럽게 먹었다. 거지 노인이 데려온 아이도 보기엔 그렇지 않았는데 음식이 나오자 180도로 행동이 바뀌었다. 


순식간에 탁자위의 음식이 바닥이 났다. 




“꺼~억! 잘 먹었다!”


거지 노인은 잔뜩 불러온 배를 손으로 주물기도 하고 두드리기도 하며 포만감을 표시했다.




“으윽 뭐야 이 냄새는! 이보쇼 주인장 여기 웬 거지가 다 있어!”


막 문으로 들어도는 대여섯 명의 무사들이 우리 식탁을 보고선 인상을 찌푸리면 소리쳤다.


객점 주인은 무사들의 말에 안절부절 못하였다. 이만큼이나 되는 음식값을 아직 계산도 하지 않았기에 감히 나가라고 할 수는 없는 모양이였다.




거지 노인은 그 무사들을 한 번 쳐다 보고 씨익 웃었다.


“홍아, 이제 배도 채웠으니 우린 그만 일어나자꾸나! 이보게 젊은이! 덕분에 오랜만에 뱃가죽에 기름칠을 했네.”


노인은 내 손을 잡으며 말하는 순간 흠칫 놀라는 것이였다. 그리고 내 얼굴을 찬찬히 쳐다보았다.




“험험. 자네 나이가 올해로 얼마나 되는가?”


노인은 누런 이를 드러내며 물었다.


“어르신 전 올해로 17살이 되었습니다!”


“호오. 정말 대단하군!! 알았네. 인연이 있음 또 만날 수 있을 걸세. 그럼 우린 이만 가보겠네! 나중에 보게나”




노인은 그렇게 말하고 비틀비틀 아까 들어온 무사들 쪽으로 걸어갔다.


마치 술에 취한 것 처럼 걷다가 그들 앞에서 쓰러지는 척 무사들에게 엉기는 것이였다.


“아이쿠 죄송합니다. 이 늙은이가 알아뵙지도 못하고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


“에이 이 영감탱이가 어딜!”


무사는 기분 나쁜 듯 노인을 향해 들고 있는 창을 휘둘렸다.


노인은 창의 뒤쪽을 배에 맞고서 가게 밖으로 내동댕이 쳐졌다.




“아이 구구. 나 죽네!!”


“에이 재수없어. 두 번 다시 내 눈 앞에 나타나면 그땐 요절을 내 줄줄 알아!!”


그 무사는 노인과 스쳐졌던 옷을 털면서 빈 자리로 갔다.




하지만 난 분명히 보았다. 저 노인이 창 뒤쪽이 자신의 배에 닿기 전에 스스로 나가 떨어지는 것을.(역시 보통 인물이 아니잖아 @[email protected])




그리고 노인은 내가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을 알아채곤 내게 한 쪽 눈을 찡긋해 보였다.


그 노인의 손엔 좀 전의 무사의 것으로 보이는 돈주머니가 들려 있었다.




난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저런 싸가지 없는 무사에게 굳이 말할 필요가 없어 가만히 잠자코 있었다. 상관 소연이 내게 뭐라고 말할려고 하길래 그녀에게도 입단속을 시켰다.




“후아 시원하다. 역시 이놈을 쭉 들이켜야 살 것 같군!”


“그러게 말일세. 가뜩이나 세상 돌아가는게 심상치 않은데 술이라도 들이킬 낙이라도 있어야지 원!”


조금 전 그 무사들이였다.


“그나저나 이번 사건은 정말 청천회에서 골치가 아프겠는걸! 누가 그랬는지 아직 단서 조차 못 찾고 있으니!”


“헤이 이사람. 입조심하게 안그래도 그 일 때문에 각 문파마다 고수들을 파견해 범인을 찾고 있다고 하는데 괜히 그들 눈에 드는 날엔 우리들 목숨도 한 순간이야. 이런 얘긴 이불 속에서나 하라구!”




“옛끼 이사람아 설마 말 조금 했다고 죽을라구. 그리고 이불 속에선 마누라랑 그 짓하기도 바쁜데 얘길할 시간이 어딧는가!”


“하하. 이 친구 순찰 돌땐 힘없다고 하더니 그래도 밤 일은 꼬박꼬박하는 모양이군!”




가만히 주위를 둘러보니 객점안에 삼삼오오 앉은 이들은 누가 들을까봐 소리를 낮춰 얘기 하고 있었다. 그 화제는 당연히 문파 후계자 실종 사건에 대해서였다. 잠시 귀를 기울이다 별다른 이야기가 없는 것 같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음식값을 치루고 나올려고 하는 순간 조금전의 그 무사들쪽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렸다.




“어! 방금까지 있었는데. 주머니가 어디로 사라졌지! 맞다 그 노인 그 영감탱이가!!”


“이 사람 돈 내기 싫으니까 연극을 하는 구만. 하긴 자네가 술 산다고 했을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데. 흠. 오늘은 내가 내내만 다음엔 꼭 자내가 사야되네!”


“아닐세 이사람아. 내 분명 돈을 주머니에 넣었는데. 거지 영감탱이와 부딪치는 순간 없어져 버렸네. 정말일세. 믿어주게나!”


“알았네. 알았대두”


돈을 잃은 무사는 동료 무사에게 설명을 하였으나 동료들은 고깝지 않은 얼굴로 그 무사를 쳐다 보았다.




난 이번엔 사람들이 없는 조용한 길로 가기로 했다. 상관 소연과 난 소박하게 나 있는 산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청천회가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신법을 쓰면 5일 만에 갈 수 있지만 지금은 그저 구경, 또 구경이다. 내가 언제 중국에 또 와 보겠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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