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무림야사 - 18부

본문

18장 사망의 키스




‘혜매, 다가오지마 중독되었다구, 운기조식으로 독을 몰아내야 하니까 주변경계나 서달라구’




천성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아 호흡을 조절하기 시작했다. 천성의 온 몸은 푸른 빛으로 변했고 천성은 덜덜덜 떨며 전신의 기운을 단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1시간이나 지났나, 천성의 하반신의 푸른 빛이 점차 사라지면서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상반신의 푸른빛은 점차 진해지기 시작했다. 




다시 한 시간이 지나고 천성의 몸의 푸른 빛은 그의 가슴까지 올라왔다. 천성의 몸에서 발하는 붉은 빛은 이내 가슴까지 치고 올라왔고, 그 열기에 주변의 풀들이 말라 붙기 시작했다. 처음에 천성의 가까이에서 천성 주변을 경계하던 혜매는 온몸이 타들어 갈 듯한 열기를 참지 못하고 점점 천성의 몸에서 멀어졌다.


그렇게 한 시각이 더 지나자 천성의 머리까지 빨간 빛이 올라오며 천성의 옷은 여기저기 타기 시작했다. 이제 푸른 빛은 천성의 정수리를 통해서 하늘로 수증기가 되어 날아가고 있었다. 


다시 한 시각이 더 지나자 천성은 완전히 붉은 빛의 강기에 둘러싸여 그 형체조차 볼수가 없었다. 




이윽고 ‘후’하는 숨결과 함께 붉은 기운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엔 천성이 고요하게 앉아 있었다. 


혜아는 천성으로부터 이미 수장이나 떨어져서도 그 타는듯한 열기에 땀을 비오듯 흘렸다. 


천성이 눈을 뜨자 , 혜아는 천성의 곁으로 뛰어갔다. 




‘어떻게 된거죠? 오라버니?’




‘혜매, 일단 어디가서 시원하게 목 좀 축이면서 이야기 하자고’




점소이가 주문한 술과 음식을 방으로 배달하자 천성은 대뜸 술을 독채 들고 마시기 시작했다. 거의 삼분의 일의 독을 비운 천성은 트림을 하며 긴 숨을 내쉬었다. 




‘어 시원하다.’




‘궁금해 죽겠어요, 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말 좀 해봐요.’




천성은 혜매가 화장실에 간 사이에 벌어진 이야기들을 들려 줬다. 




‘빙아가 나보다 나이가 많다는 것도, 또 독공의 고수라는 것도 참 믿기 어렵네요 오빠’




‘음 묘강 소녀독공 정말 무서운 독이었어. 특히 마지막의 그 사망지문(사망의 키스) 이건 정말 대단한 독이었어. 내 내력을 12성으로 운용해서도 반나절이란 시간이 걸려서 겨우 해독했다니’ 




‘그런데 오라버니, 오라버니 몸이 마치 불타는 것처럼 새빨갛게 되던데, 그게 무슨 무공이예요?’




‘음, 이건 태양신공이라고 하는데, 지구상에서 가장 극양한 무공이야. 이 무공이 극성에 이르면 모든 것을 불태워 버릴수 있지. 그런데 워낙 연성이 어려워 지금 내 경지는 6성밖에 안돼. 그런데 이 무공을 계속 익혀야 하는지에 대해 회의가 들어. 위력은 지금으로서도 아주 강한데 말이야 대성을 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것 같거든. 또 자칫 잘못하면 내 몸이 뜨거움을 견디지 못하고 주화입마에 빠지기도 쉽고….원래 천성적으로 특별히 양기가 강한 신체를 타고 나야 대성할 수 있는 무공인데……그런 신체는 몇 백년만에 한명 나올까 말까거든……아마 내 자질로는 앞으로 몇십년을 고련해도 고작 7성이 최고 일거야 ’




‘그래서 그랬구나. 오빠 옆에 있을 때 마치 온 몸이 타는 것 같았어요.’




자 오늘은 이만 쉬고 내일 또 출발하자고……




다음 날 아침


천성과 혜아의 마차는 오강현 경내에 들어와 있었다. 여기서부터 곤산 제왕성까지는 200리길 천천히 가더라도 한나절이면 갈수 있는 거리였고, 제왕성의 세력하에 있는 지역이었기에, 아무리 적이 무모하더라도 여기까지 와서 제왕성의 주의를 끄는 사고를 칠 만큼 머리가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오강현은 약 천여호의 작은 집들이 있는 마을이었고, 여기서 더 들어가면 천성이 살았던 송강읍이 나온다. 약 100여 호 집들이 모여 사는 작고 가난한 농촌 마을 송강읍…..




천성은 오강현의 작은 장원 앞에 마차를 세웠다. 


진가장 장원의 현판엔 진가장이란 글씨가 쓰여 있었다. 




‘10년 꼭 10년 만이군 . 그런데 이상하군. 내 기억으론 여기가 화가장이 맞을텐데……’




‘오라버니 여기가 예전에 오빠가 살던 곳이예요?’




‘아니 오빠의 절친한 친구가 살던곳이지. 그런데 명패가 좀 이상한 걸……’


말을 마치며 천성은 진가장의 문을 두드렸다. 




잠시후 집안의 하인인 듯한 자가 문을 열며 물었다.




‘누구를 찾으시온지?’




‘혹시 여기가 예전에 화가장이 아니었습니까? 제가 꼭 10년만에 돌아오는 지라…’




‘우리가 여기로 이사온 지 꼭 10년이 되니까 잘 모르겠소만, 이 전 주인은10년전에 집을 팔고 가족이 모두 이사를 갔소이다. 어디로 간다더라? 좌우지간, 이 좋은 집을 헐값에 넘기고 부랴부랴 이사 간 것을 기억하오…..’




음, 천성은 침울해졌다. 




혜아는 천성의 침울한 표정을 보자 그저 침묵으로 그의 곁을 지켰다. 무슨 일이 있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전에도 이렇게 침울한 표정을 지은적이 있었다. 늘 실없는 웃음만 지을 줄 알던 사람, 하지만 그 사람이 지금 침울해 하고 있다. 지금 자기가 할수 있는 일은 조용히 그의 옆에 있어주는 것이라는 걸 혜아는 알고 있었다. 




천성은 천천히 진가장을 벗어나, 예전에 자주 갔던 주루로 향했다. 


예전에 가희와 함께 늘 술을 마셨던 오강 주루, 오강주루의 주인은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듯 백발이 성성했지만 아직 옛모습을 간직한 채 그대로 있었다. 




‘주인장 나를 알아보시겠소?’




‘뉘시오?’ 주인장은 눈을 비비며 천성을 바라보았지만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듯 머리를 갸우뚱했다. 


하긴 그럴만도 한 것이 10년전의 천성은 세상물정 모르고 글월이나 읇는 문약한 소년이었지만, 지금의 천성은 이제 30을 바라보는 나이에 절정의 무공으로 단련되어 강인한 무인의 기질과 넉넉한 노강호의 기품이 풍기는 진정한 어른이 되었으니…….




‘10년전의 고가장 소공자를 기억하시오?’




‘기억하다 마다요. 그 당시 공자는 우리 오강현 최고의 수재였고, 더군다나 우리 오강현제일.




그만 하시구랴’ 천성은 의도적으로 주인장의 말을 끊었다. 




주인장은 뭐라 말을 하려다 천성의 기도에 말문이 막혀 입을 닫았다. 역시 늙으면 현명해 지는 법이다. 말을 해야할 때와 하지 말아야 할 때를 아는 이 이런 사람은 분명 큰일은 못해도 단명은 하지 않는 법이다. 




‘내 오다보니 화가장의 주인이 바뀌었던데?’




‘아, 고공자가 실종된 이후 몇 달이 안되어, 화가장은 어느날 감쪽같이 이사를 갔소. 그 당시 화가장 화소저는 공자도 알다시피 무슨 무림 명문가와 혼담이 …., 아무튼 그렇게 기세높던 집안이 마치 도망치듯 이사를 가버릴 줄은 나도 몰랐소. 아마 여기 오강현에 그들이 지금 어디 있는지 아는 이는 아무도 없을게요,’




음, 고천성은 침음성을 내뱉었다. 




천성은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취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취하고자 마시는 술은 왜 이리도 안 취하는지……




‘나도 한잔 주세요 오빠….’




혜매는 천성의 앞에 자신의 잔을 내밀었다. 


혜매로서는 궁금한 것이 무척 많았지만, 정작 그의 침잠한 눈빛을 바라보자니 말을 걸 수가 없었다. 지금으로서는 그의 술친구가 되어주는 것이 혜매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예전에 내가 살던 곳이었어. 여기는 …… 그땐 정말 사랑했던 사람이었는데……, 사실 그녀를 많이 보고 싶었는데, 그녀의 소식이라도 들을 줄 알았는데…… 흐흐흐’


천성은 탁자에 머리를 박은 채 주절거리고 있었다. 가희야, 가희야 흑흑흑 나를 나를 버리지마……




혜매는 그가 잠이 들때까지 가만히 그의 옆에 있었다. 이것이 사랑의 아픔인가? 혜아는 가슴이 아리는 것을 느꼈다. 그의 상처를 안아주고 싶었다. 




‘오빠, 이제 외로워 하지마,오빠에겐 내가 있잖아……..’ 혜매는 마음속으로 이 사람을 꼭 지켜주겠다고 다짐을 했다. 혜매는 천성의 이마에 입술을 맞추고, 그를 침상에 누인 후 이불을 덮어주고 나갔다. 




다음날 아침, 




‘아이구 머리야, 머리가 깨질 것 같애……’




‘애구 그러니까 오빠가 무슨 술독이냐구? 그렇게 입속에 술을 쏱아 붙는데 머리가 안깨지면 그게 인간이냐? 자 먹어, 꿀물…..’




‘혜매 내가 어제 분명히 대청에서 우아하게 술을 먹고 있었는데, 어떻게 내가 침대에서 자고 있다냐?’




‘우아 좋아하시네, 내 술취하면 개가 된다는 것을 몸소 확인해 본 인간이야, 대청에서 쪽팔리게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그것만 했으면 말도 안해 여기저기 인간들한테 시비 걸고, 그리고 결국에 먹은 거 대청에 다 토하고, 암튼 내 쪽팔려 죽는 줄 알았다. 인간아, 무슨 술하고 웬수졌나 술을 그렇게 푸게?’




‘음, 확실히 내가 술이 좀 과했었나 보군’




‘인간아 그럼 독한 분주를 10독이나 마시는 게, 좀 과하게 마시는 거냐? 죽을려구 악쓰는거지…..’




‘음, 미안하다 뭐. 살다 보면 그런 날도 있는 거지. 어 시원하다. 고마워 혜매, 한잔 더 줄래?’




‘애구 그놈의 미운정이 뭔지. 암튼 앞으로 조심해, 다음부터 꿀물 타주고 뭐 이런거 절대 없으니까’




‘알았습니다. 공주님 앞으론 조심 하겠습니다.’




천성과 혜매는 아침을 먹고 다시 제왕성을 향해 출발했다. 


제왕성까지 200리 길 만약 방해자만 없다면 저녁나절이면 도착할 거리이다. 


첩보 1 분류: 특급


탈명비도 비도를 날려 보지도 못하고 패배함. 단순히 살기만으로 탈명비도를 패퇘시킴. 탈명비도 지금 맹의 경내를 벗어나 목적없이 가고 있음. 패배의 충격이 상당한듯함. 




첩보 2 귀왕 오강현 등장 특급


안락한 의자에 몸을 깊숙히 뭍은 중년인은 혼자 나직이 읍조렸다. 


‘좋지 않아. 탈명비도 가 죽든 귀왕이 다치든 뭔가 결과가 나왔어야 하는데, 이건 꿩도 매도 다 놓친 격 아닌가, 귀왕전인 항상 내 예측을 빗나가는 군. 아무튼 대단한 자야. 음 이건 뭔가 환사?’




‘귀왕전인의 내력을 알아냈습니다. 주군.’




사실 이것이 주군이라 불리는 자가 가장 관심 있어 하는 내용인데 짐짓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귀왕공자의 본명은 고일랑, 오강현 송강읍 사람입니다. 어려서 부모를 여위고 숙부 밑에서자랐고 숙부는 고일랑이 16세 되던 해에 노환으로 별세해 고아가 되었음.현 나이는 28세,


예전에 오강현의 신동으로 불리던 자입니다. 그리고 오강현 제일미인이던 화가장의 금지옥엽 화가희와 정혼한 사이였습니다. 당시, 신동 고일랑과 옥녀 화가희의 사랑은 오강현을 흔든 대 사건이었죠. 오강현의 젊은 남녀들이 시름에 빠져 술을 푸게 만든 사건이었거든요. 다만, 오강현에 남자는 고일랑의 재능을 따를 자 없고, 여자는 화가희의 미모를 따를 자 없었던지라, 자신보다 잘난 사람들의 만남을 시샘하면서도 인정하는 분위기 였죠. 그런 아름다운 만남이 깨진 건, 어느날, 제왕성 대공자가 오강현을 지나다가 화가희를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되면서 입니다. 




‘호, 그래…… 갈수록 흥미 있어 지는군. 그래 그 다음은?’




‘비록 시골의 작은 무가라지만, 그래도 무가인 화가장에서 제왕성 대공자의 청혼을 받은 것은 무슨 대가를 치루고서라도 꼭 쟁취해야할 영광이었죠. 그리고 화가희도 비록 고일랑을 사랑했지만, 무림제일성인 제왕성의 대부인이 될수있다는 것은 허영심강한 그녀에게 지대한 유혹이었겠죠. 그래서 화가장은 고일랑에게 파혼을 통보했답니다. 


고일랑은 .떼도 써보고, 울며 애걸도 해 보았지만, 화가장은 문안으로도 들여주지 않아 가희의 얼굴도 볼수 없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화가희의 시비를 통해, 고일랑은 야반도주를 할 것을 약속했죠. 


그러나 약속장소에 나온 것은 화가장주를 비롯한 그의 가솔들이었고, 고일랑은 이들에게 초주검이 되도록 두들겨 맞았답니다. 아마도 신비한 노인이 나타나 고일랑을 구해주지 않았다면 고일랑은 맞아 죽었을 겁니다 . ‘




‘그럼 그 신비한 노인이 귀왕이란 말인가?’




‘그렇게 추측하고 있습니다. ‘




‘그 다음은?’




화가장의 사람들은 신비한 노인의 무공에 두려움을 느끼고, 마치 쫒기듯이 오강현을 떠나갔습니다.’


‘그리고 화가희는 예정된 대로 제왕성의 대공자 부인이 되었죠.’


‘이 이야기는 고천성이 화가장에 대해 물어볼 때, 주점 주인과 화가장 식솔의 입을 통해서 들은 이야기 입니다. ‘




‘흐흐흐 좋아, 아주 잘 되었어. 비로소 놈의 치명적 약점을 잡은 것이로군. 그렇게 당했으면서도 잊지못하는 여인, 아주 좋아. 흐흐흐 이제야 비로서 발 뻗고 잠을 잘 수 있겠군. 귀왕전인, 잘하면 우리에게 아주 쓸모있는 놀이개가 되겠어. 흐흐흐’




‘환사, 천면음마 는 찾았느냐? ‘




‘그게 그렇게 쉽게 음마궁을 버리고 잠적할 줄은 몰랐던지라’




‘내게 아무런 이유도 댈 필요 없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놈을 찾아 없애라. 모든 일은 사소한 비밀이 새 나가면서부터 망가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




“옛,주군’




마치 어두움의 일부인 양, 형체를 알수없던 환사는 스르륵 소리를 내며 문밖을 미끄러져 나갔다. 


‘흐흐흐, 하필이면 그녀라니, 고천성아 고천성 너의 운명도 참 기구하구나 ㅎㅎㅎㅎ’ 중년인은 만족한 미소를 입가에 걸며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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