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천상(天上)의 향기 - 205부

본문

천상(天上)의 향기 205(여리박빙(如履薄氷))-3




림산일대의 지리에 밝은 조명국일행이 알려준 장소를 중심으로 이막수와 유미림은 혁린무일행을 찾고 있었다. 사실 림산일대에서 일천이 넘는 인원이 숨을 만한 장소는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막수와 유미림이 혁린무일행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이막수와 유미림은 골이 깊은 계곡입구에 있었다. 림산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위치한 계곡은 숲이 우거지고 산세가 험해 평소에도 인적(人跡)이 뜸한 곳이라 알려져 있다. 이막수는 계곡의 입구를 살펴보더니 몸에 지니고 있는 무기를 점검했다. 




“미림은 이곳에 있어. 다녀올게.” 


“수랑 혼자가실 게예요?” 


“숲 전체에 살기(殺氣)가 진한 것으로 보아 누군가 숨어 있는 것이 확실해. 이번에는 혼자 다녀오는 편이 좋을 것 같아.” 


“알았어요.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그리고 무슨 일 생기면 신호를 보내세요.” 


“놈들이 있으면 늦을 거야. 그러니까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마.”




이막수는 미림의 이마에 살짝 입맞춤을 하고 혼자서 계곡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보니 여기저기에서 진한 살기(殺氣)가 풍겨온다. 이막수의 짐작대로 숲의 구석진 곳에는 여김 없이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이막수는 은신술로 경계하는 무사들을 피해 안쪽 깊숙이 들어가 보니 숲의 중앙에 넓은 공터가 보이고, 공터에 펼쳐진 군막들 사이로 경계하는 무사들이 보인다. 이막수는 군막들이 잘 보이는 나무위에 올라 밑을 살펴보니 검은 무복과 붉은 무복을 입은 무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이막수는 공터로 접근하려다가 고개를 흔들고 귀신대법으로 몸을 감추었다. 흑풍대와 혈영대를 확인했으니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군막까지 접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막수가 몸을 숨긴지 몇 시진이 지나 해가 산마루에 걸릴 때쯤, 공터를 향해 수백 명의 무사들이 들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이막수가 자세히 살펴보니 가장 선두에 삼국지에 나오는 장비 같은 외모의 사내가 보이고 그 뒤로 검게 탄 근육질의 사내들이 보인다. 바로 사해맹룡과 그가 지휘하는 전투선단의 무사들이 나타난 것이다. 그때 커다란 군막에서 팔이 하나 없는 사내와 혁린무가 달려와 사해맹룡을 반갑게 맞이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막수는 밑이 혼란한 틈을 이용해 공터로 접근하려는데, 또 다른 무리의 무사들이 달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상관장로와 그가 훈련시킨 무사들이 도착한 것이다. 혁린무와 팔이 없는 사내는 다시 상관장로를 만나 반갑게 인사를 한다. 이막수는 공터에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틈을 이용해 밑으로 내려가 다른 무사들의 틈에 끼어들었다. 




“이봐~ 이제 림산에 도착한 건가?” 


“아니야. 여기서 조금 더 가야해. 그러니까 엄밀하게 말하면 이곳이 림산은 아니야.” 


“그럼 이곳에서 하루 쉬고 내일 공격할 건가?” 


“윗대가리들이 알아서 결정하겠지.” 


“하여튼 기대되는군. 대륙금위들만 쓸어버리면 우리가 림산의 주인이 되는 거잖아.” 


“킥킥킥~ 지금까지 이날을 위해 뭐빠지게 훈련했잖아. 이번 일만 잘 되면 고생 끝, 행복 시작이야. 우리 한번 멋지게 놀아보자.” 




무사들은 무엇 때문인지 몰라도 모두들 약간 들떠서 자기들끼리 떠들고 있었다. 이막수는 그들이 상관장로가 훈련시킨 무사들이란 사실을 알고 놈들의 숫자와 전력을 살펴보았다. 상관장로와 사해맹룡일행과의 인사가 끝나자 혁린무는 무사들에게 그들이 끌고 온 무사들이 머물 수 있는 군막을 치라고 명령했다. 이막수는 무사들과 함께 군막을 치며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또 다른 무리의 무사들이 공터를 향해 달려왔다. 마지막으로 형오일살과 그가 지휘하는 일백의 무사들이 도착한 것이다. 이막수는 공터에 모인 무사들의 숫자를 파악한 다음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자 계곡을 빠져나와 유미림이 기다리는 곳으로 갔다. 유미림은 초조한 심정으로 기다리다가 이막수가 도착하자 그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왜 이렇게 늦었어요.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세요.”


“놈들이 계속 도착해서 늦었어. 일단 돌아가서 이야기하자.” 




이막수는 유미림의 손을 잡고 흑도연합군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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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반은 풍운이란 어린 사내에게 진심으로 굴복(屈伏)했다. 풍운은 칠백년 동안 자신들이 기다리던 은자의 주인이었다. 대륙상회 대부분의 화원들은 은자의 주인이 나타나면 자신의 재산 중 삼분의 이를 주어야 한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그건 뿐인가? 회칙에 대륙상회 재산의 삼분의 이를 은자의 주인에게 주기로 명시되어 있다. 벽궁세가 초대가주는 백제 부흥을 위한 군자금을 받으라고 했으나 대륙상회 회원들은 그 돈의 용도에 관계없이 은자의 주인에게 돈을 주어야 한다고만 들었으니 은자를 가지고 있는 풍운에게 재산을 넘겨주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다. 




그런데 풍운은 돈 따위는 필요 없다고 했다. 힘을 합쳐 배화교의 음모로부터 대륙상회를 지키자고 했다. 은자의 주인인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고 오히려 자신들을 돕겠다고 나선 것이다. 금산반이나 대륙상회 회원들에게 이제 풍운은 무림공적 마수마랑이기 전에 은자의 주인이며, 자신들을 위해 싸워줄 유일한 은인이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금산반은 풍운의 마음 씀씀이와 인간됨에 굴복하고 풍운의 뜻에 따르기로 한 것이다. 




풍운은 금산반과 함께 지하대전을 빠져나와 흑도연합군이 있는 야산으로 갔다. 풍운이 금산반과 함께 왔다는 소식에 초하벽일행을 비롯한 십이사가 모여들었다. 풍운은 군막에 모인 사람들에게 지하대전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금산반입니다. 그동안 귀인(貴人)들을 몰라보고 불경(不敬)을 저지른 점,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금산반이 초하벽일행과 십이사에게 허리 숙여 사과를 하자 사람들은 금산반을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금산반님께도 사정이 있었겠죠. 모두 지나간 이야기니 그런 이야기는 그만하시고 앞으로의 일에 대해 논의(論意)해 보죠.” 




마수가 대표로 반갑게 인사하며 말하며 금산반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풍운은 십이사나 초하벽일행이 금산반을 따뜻하게 대해주는 것을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보다가 무경과 마수를 조용히 불렸다.




“무경 그리고 마수님.........두 분은 금산반님과 함께 대륙상회와 우리가 가진 전력(戰力)과 상대방의 전력(戰力)을 분석하여 우리에게 유리한 작전을 구성해 보세요.”


“운랑은 어디 가실 겁니까?”


“배화교를 염탐(廉探)하려 가신 이사님도 아직 안 오셨으니 그 사이에 무림군 살펴보고 올게.” 


“음~...............알았어요.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무경은 약간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으니 풍운을 말리지는 않았다. 풍운은 마수와 무경이 반대하지 않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러분.........이사님이 배화교 놈들에 대해 알아보시려 가셨으니 이사님이 도착하면 회의를 시작하죠. 지금은 그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말씀들 나누세요. 대륙상회가 파악하고 있는 정보와 우리들이 파악한 정보가 틀릴 수 있잖아요. 저는 무림군의 동향을 살펴보고 올게요.” 




풍운은 사람들을 두고 군막을 빠져나와 무림군이 있는 평지로 달려갔다. 이번 대륙상회 일에 무림군은 커다란 변수가 될 수 있으니 그들의 움직임을 꼼꼼하게 파악해 두어야 한다. 풍운은 무림군의 군막이 보이자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생각을 했다. 




‘홍인이나 화원명으로 역용하면 너무 눈에 띄겠지. 어디 보자 어떤 놈이 좋을까?’ 




잠시 고민하던 풍운은 황보세가의 황보명으로 역용을 했다. 황보세가의 무공은 권(拳)과 장(掌)등 무기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무기를 챙길 필요도 없고 황보명이 무림군에서 미치는 영향력이 미미하기 때문에 그로 역용하면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무림군내를 활보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풍운은 예전에 보았던 황보명을 떠올리며 역용을 하니 풍운의 모습이 잠깐 사이에 황보명으로 바뀌었다. 풍운은 음양비로 하늘 높이 올라가 천안통으로 무림군 주위를 살펴보다가 인적이 뜸한 곳에 착지했다. 무림맹 군막들 사이에 착지한 풍운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군막들을 살펴보니 일렬로 늘어선 군막 안에는 부상자(負傷者)들이 치료를 하고 있다. 자신들과의 싸움으로 부상을 당한 사람들인 모양이다. 풍운이 무심한 표정으로 주위를 돌아보는데 누군가 풍운을 향해 달려왔다. 




“공자님 이곳에 계시면 어떻게 합니까? 홍인님께서 지금 빨리 오시라고 성화세요.” 


“홍인님이.......왜?” 


“저야 모르죠. 빨리 가보세요.” 


“알았다. 그런데 홍인님 군막이 어디지.” 


“아이 참~ 저기 있는 군막이잖아요.” 


“알았다. 먼저 가마.” 




무사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풍운을 바라보자, 풍운은 피식 웃더니 빠른 걸음으로 홍인의 군막으로 가는 척하다가 다른 군막 뒤에 숨어 이번에는 방금 보았던 무사로 역용을 하더니 느린 걸음을 홍인의 군막으로 가보았다. 




“수고들 하는군. 황보공자님은 도착하셨나.” 


“조금 전에 들어가셨네.” 


“그래.........알았어. 수고들 해.”




풍운이 홍인의 군막주위를 지키는 무사들에게 물어보니 황보명은 이미 군막에 들어갔다고 한다. 풍운은 알았다고 대답하고 홍인의 군막에서 멀리 않은 구석진 곳으로 가더니 수라기(修羅氣)를 끌어올려 귀에 집중했다. 풍운의 귀에 주위에서 들리는 온갖 잡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물소리, 새소리, 무사들의 신음소리 등등 




풍운은 그중에서 홍인의 목소리를 찾아내 그곳에 온 신경을 집중하니 홍인의 군막에서 들리는 대화만 들리기 시작했다. 




“무림맹에서 보내온 서찰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먼저 허락도 없이 사호팔랑을 공격한 것에 대한 질책(叱責)이 첫 번째 입니다. 그러나 이번만은 그냥 넘어가신다고 하시며 다음에는 절대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당부하셨습니다. 두 번째는 란님에 관한 것인데..........음~ 뭐라고 해야 하나........그냥 서찰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말씀드리죠. 란님은 서찰을 받는 즉시 제갈세가로 귀환(歸還)하라고 하셨습니다.” 


“예? 저보고 본가로 귀환하라고 하셨다는 말씀이세요.” 


“서찰에 그렇게 쓰여 있습니다. 여기 있습니다. 직접 확인해 보시죠.” 




잠시간의 시간이 흐른 후에 란의 신음소리가 들린다. 




“음~ 아무런 설명도 없이 본가로 귀환하라?.......저를 믿지 못하니 군사를 그만두라는 말이군요........하지만 무림맹의 결정이라면 따라야겠죠. 그동안 도움도 드리지 못하고 저 혼자 떠나게 되어 죄송합니다. 그만 이만.” 


“잠깐만.........홍인님 왜 갑자기 무림맹에서 이런 연락이 온 거죠. 무슨 이유가 있어야 하잖아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무림맹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는 겁니다.” 


“이런 쌍~ 이놈의 늙은이들이 현장사정도 모르면서 자기들 멋대로 군사를 해임해. 홍인님.........홍인님은 이런 말도 안돼는 결정을 따르실 겁니까? 우리에게는 군사님이 필요합니다.” 


“화원명님........말씀이 심하군요. 늙은이들이라니요. 그분들도 많은 심사숙고를 거쳐 결정하셨을 겁니다.” 


“맞습니다. 화원명님의 배분이 아무리 높다고 하지만 말씀이 지나치셨어요. 그리고 우리가 무림맹의 지시를 따르는 거야 당연하지 않습니까? 어른들의 결정을 우리가 논할 할 입장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화원명의 목소리와 몇몇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남궁벽과 황보명의 목소리 같다.




“저 때문에 싸우실 필요는 없어요. 저도 이번 결정이 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무림맹의 지시를 거역할 생각은 없습니다. 화원명님..........님의 뜻은 충분히 알았어요. 하지만 저도 무림군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잠시 후에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멀리 홍인의 군막에서 란이 나오는 모습이 보인다. 풍운은 자신의 마차로 걸어가는 란을 바라보다가 계속해서 군막에 귀를 집중했다. 




“참~ 기가 막히는군. 자기 멋대로 무사들을 이끌고 가서 막대한 피해를 입힌 놈에게는 아무 말도 없고, 지금까지 우릴 위해 노력해온 군사님을 자른다. 이게 말이 돼.” 


“말씀이 심하군요. 지금 저보고 들으라고 하신 말씀입니까?” 


“현원자님께서 찔리는 것이 있나보죠.” 


“이런 쌍~ 보자보자 하니까 못하는 말이 없네. 그렇게 불만이면 무림맹에 직접연락을 하던가? 아니면 나랑 한판 붙어서 결판을 내던가?” 


“그만들 하세요. 우리끼리 싸우면 어쩌자는 겁니까?” 


“빌어먹을........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그만이지. 나도 군사님과 함께 떠날거니 당신들끼리 알아서 하쇼.” 


“화원명님........앉으세요. 알만한 분이 왜 이러시는 겁니까. 자중(自重) 좀 하세요.” 


“홍인님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저도 화산으로 돌아갑니다. 홍인님께서 무림맹에 저를 대신해 화산으로 돌아갔다고 전해주세요.” 




다시금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더니 군막에서 화원명이 나와 자신의 군막으로 가는 모습이 보인다. 




“화원명님..........화원명! 돌아오세요.” 


“홍인님 그냥 내버려 두세요. 자기가 싫다는데 붙잡아야 소용없잖아요.” 


“그래요. 군사나 화원명이 없어도 우리끼리 잘 할 수 있습니다. 저것은 처음부터 도움이 안돼는 물건들이었어요.” 




풍운은 더 이상 들을만한 내용도 없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무림군에서 가장 상대하기 껄끄러운 란과 화원명이 빠졌다. 무림군의 머리와 맹장(猛將)한명이 빠진 것이다. 풍운이 다시 주위를 둘려보고 있는데 란이 몇 가지 간단한 짐만 챙겨서 자신의 마차에 오르는 모습이 보이고, 란의 마차에 화원명이 타는 모습이 보인다. 란의 마차는 배웅하는 사람도 없이 무림군을 떠났고 무슨 생각인지 몰라도 풍운은 란의 마차를 따라갔다. 




마차가 림산을 벗어나 한적한 곳을 달리고 있으니 마차를 따라가던 풍운이 마차 앞을 가로막았다. 




“히이이익~” 




마차를 몰던 마부는 갑자기 나타난 풍운을 보고 급하게 고삐를 잡아당기니 말들이 앞말을 쳐들고 울부짖는다. 




“이런 미친 자식~ 죽고 싶어.” 




마부는 말들이 진정시키고 풍운을 향해 채찍을 휘두르니 날카로운 음향과 함께 풍운의 머리를 향해 체직이 날아온다. 풍운은 가벼운 손놀림으로 자신에게 날아오는 체직을 붙잡고 손가락을 튕기니 하얀 강기(剛氣)가 전광석화(電光石火) 같은 속도로 마부의 마혈을 파고들었다. 




“잠깐이면 끝날 거니 잠시 쉬고 계세요.”




풍운은 마부의 체직을 던져주고 마차로 다가가니 마차의 창문을 통해 검은 그림자가 튀어나오는 것과 동시에 차가운 빛이 풍운의 목을 향해 날아왔다. 풍운은 칠성둔형으로 몸을 비틀어 검영(劍影)을 피하니 언제 나타났는지 검(劍)을 움켜잡은 화원명이 마차와 풍운 사이에 나타났다.




“누구냐?”




화원명이 검(劍)을 잡은 상태에서 차갑게 물어보니 풍운은 한발 물려나며 손을 내렸다. 




“풍운입니다.”


“풍운?...........네놈이 마수마랑 풍운이라는 말이냐?” 


“예~ 제가 마수마랑 풍운입니다.” 


“그걸 어떻게 믿지.” 




풍운은 향상 볼 때마다 다른 모습으로 역용을 하고 있기 때문에 화원명은 눈앞에 있는 사내가 풍운이라는 것을 믿지 못하는 모양이다. 지금도 풍운은 20대 중반의 사내로 역용을 하고 있지 않는가?




“시원하게 본래의 모습을 보여드리면 좋겠지만 제가 워낙 부담스럽게 생긴 놈이라 본 모습을 보여드리기는 힘들고...........우리가 처음 대결했을 때 보여드린 수라마령신공이나 음양검법을 보여드리면 믿으시겠습니까?”


“허참~ 내 검(劍)을 가볍게 피하고 수라마령신공이나 음양검법을 알고 있는 것으로 보아 마수마랑이 확실한 모양인데.........자네가 어떻게 알고 우릴 쫒아왔지.” 


“어제의 일도 있고 해서 무림군을 염탐(廉探)하려 왔다가 홍인님일행과 말씀하시는 것을 엿들었습니다.” 


“갈수록 태산이네........그러니까 무림군 진영(陣營)을 활보하면서 우리들이 회의하는 것까지 엿들었다?........그리고 우리가 쫓겨나는 것을 보고 이때다 싶어 복수하려고 쫓아왔다는 말이야.” 


“쫓아오긴 했으나 복수하려고 오진 않았습니다. 그냥 떠나시는 분들을 배웅이나 해 드리려고 왔습니다.” 


“니미럴~ 홍인이나 현원자은 쳐다보지도 않는데 목숨 걸고 싸웠던 놈은 배웅을 한다. 참~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군. 솔직하게 말해! 내가 혼자니까 기회다 싶어서 왔지. 쌍놈의 자식!..........그동안 당한 만큼 복수해 주리라. 이렇게 생각하고 온 거지. 아니면.........내가 소박맞은 여편네처럼 쫓겨나는 꼴을 보니 고소해서 놀려주려 온 거야.........잘 됐다. 꼴좋다. 어서 꺼져라...........이런 말을 하고 싶어서 왔어. 그것도 아니면 떠나는 것이 아쉬워 바짓가랑이라도 붙잡으려고 왔어. 도대체 우리 앞을 가로막은 이유가 뭐야. 정말 한판 붙자는 거야. 십팔~ 그래 지금처럼 좋은 기회가 또 있겠어. 덤벼. 자네가 쌘 건 알지만 호락호락 죽을 화원명은 아니까 덤비란 말이야.”


“하하하~ 여전히 말씀을 재밌게 하시는 군요. 제가 그럴 마음이었으면 처음부터 기습(奇襲)을 했지 이렇게 얌전하게 나타났겠습니까. 그저 화원명님이나 란님이 떠나시기 전에 한번 만나보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게 전부에요.” 




풍운이 웃으며 말하자 화원명은 쓰게 웃으며 검(劍)을 갈무리했다.




“치~ 이제 보니 네가 아니라 란님에게 볼일이 있는 모양이군. 웃기는 일이야. 란님은 자네를 못 죽어서 안달하는데........자네는 그런 란님이 떠나는 것이 아쉬워 일부러 쫓아왔단 말이지. 개똥이나! 란님이 천상천하(天上天下) 유아독존(唯我獨尊) 미인이니 천하의 바람둥이 마수마랑님이 어련하시겠어. 되던 안 되던 어떻게 한번 해 쑤셔보기라도 해야겠지. 안 그래.”


“화원명님.........밖에 마수마랑이 왔나요.” 




풍운이 대답하기 전에 마차 안에서 란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녀도 화원명과 풍운이 떠드는 소리를 들은 모양이다. 




“예! 마수마랑입니다. 잘 가시라고 인사나 드리려고 왔습니다.” 




풍운이 마차를 향해 말하자 마차 문이 열리며 면사를 쓴 란이 나오는데 그녀의 손에 작은 단검(短劍)이 들려 있었다.




“흥~ 무슨 일이죠. 어제 당한 복수라도 하시려고 오셨나요.” 




란은 차갑게 말하며 풍운을 바라본다. 풍운은 란을 보자 자신의 모든 것을 전해주고 물거품처럼 사라진 내면세계의 여인과 란이 겹쳐지며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알 수없는 열기가 올라와 온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진다. 




“기분 나쁘군요. 왜 그런 눈으로 보시죠.” 




란은 어떻게 보면 몽환(夢幻)적이고, 어떻게 보면 음탕(淫蕩)하게 보이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풍운을 째려보고 있다. 풍운은 란의 말에 쓰게 웃으며 고개를 숙인다. 이성(異姓)은 아니라고 하는데 감성(感性)은 란을 내면세계의 여인으로 착각하는 모양이다. 




“조심해서 가세요.”


“그게 다에요. 그 말을 하려고 바쁜 사람을 붙잡았다는 말이에요?”


“예! 이 말을 하려고 왔습니다.”


“흥~ 당신이 걱정해주지 않아도 알아서 잘 갈 거예요. 그러니 당신 걱정이나 하세요. 더 이상 할말이 없으면 그만 비켜주시죠.” 


“후후후~ 아무래도 내가 있을 자리가 아닌 것 같군..........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화원명은 풍운과 란 사이에 심상 찾은 분위기가 감돌자 란과 풍운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미련 없이 돌아선다.




“화원님이.......어디 가세요? 저랑 같이 가시기로 하셨잖아요?”


“어차피 서로 갈 길이 틀리잖습니까? 잠시 말벗이라도 해드리려고 했으나 마수마랑이 란님께 볼일이 있는 것 같으니 제가 먼저 출발하겠습니다. 다음에 다시 만나죠.”




란에게 인사를 한 화원명은 풍운을 돌아본다.




“풍운.......죽지 말고 기다리게. 허허~ 내가 쓸데없는 말을 하는군. 죽을 친구도 아니잖아. 하여튼 다음에 다시 자네를 만날 때는 지금의 화원명이 아닐 거야. 그때는 다시 한번 멋지게 어울려 보세.”




화원명은 풍운과 란에게 인사를 하더니 미련 없이 땅을 박차고 날아올라 순식간에 시야(視野)에서 사라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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