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천상(天上)의 향기 - 202부

본문

천상(天上)의 향기 202(칠백년의 약속)-35




풍운일행과 초하벽일행이 회의를 하고 있는데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린다. 




“제가 무슨 일인지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그리고 사내들만 있는 것도 아니니 마수마랑님은 옷을 좀 걸치세요.” 




초하벽의 옆에 있던 배교의 동해어부가 한마디하며 밖으로 나가자 풍운은 멀쑥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거린다. 동해어부의 말대로 무경 외에 다른 여자들도 있는데 상의를 벗고 있다는 것이 예의가 아닌 것 같다. 




“킥킥킥~ 처남도 당할 때가 있네.”


“아주 고소하다는 표정이네. 그만 웃고 옷 좀 벗어봐~”


“하하하~ 알았어.”




초하벽은 고소하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겉옷을 벗어 풍운에게 내밀었고, 풍운은 초하벽의 겉옷을 대충 걸쳤다. 그때 무슨 일이지 알아보기 위해 밖으로 나갔던 동해어부가 돌아왔다.




“이보게! 마수마랑............우리가 보호하고 있던 대륙상회 사람들이 자네들을 만나게 해달라고 소란을 피우는 군.” 


“예? 저희들을 만나겠다고 하신다구요. 왜요?” 


“그건 나도 잘 모르겠네. 자네들을 만나서 이야기하겠다고 하는군.” 




풍운은 무경이나 다른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운랑........한번 만나보세요. 그들이 할말이 있나보죠?”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우리가 피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마수와 무경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찬성하는 분위기다. 




“좋아요. 그럼 만나보죠. 무경과 당령님일행은 이곳에 계시고 나머지 분들은 다 함께 나가보죠. 자~ 모두 일어나세요.”




풍운은 초하벽에게 양해를 구하고 나머지 십이사들과 함께 밖으로 나가보니 수백 명의 사람들이 군막주위에 모여 있다가 풍운일행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닥에 엎드린다. 




“저희들을 구해주신 사호팔랑님들께 인사드립니다.” 




풍운일행은 사람들의 갑작스러운 태도에 당황하였지만 워낙에 많은 사람들이 엎드려 있어 어떻게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모두 일어나세요. 여러분들을 구해준 사람은 저희들이 아니라 흑도연합군입니다. 감사를 하려면 저희가 아니라 흑도연합군에게 해야죠?” 




풍운의 말에 초로(初老)의 노인이 대표로 일어났다. 




“먼저 제 소개부터 하겠습니다. 저는 조명국이라는 늙은이입니다. 초벽님과 무사님들께 마수마랑께서 저희들을 불쌍히 여겨 위험을 무릅쓰고 구해주셨다고 들었습니다.” 


“처남이 쓸데없는 말을 했군요. 저희가 약간의 힘을 보태기는 했으나 실제적으로 여러분을 구해준 분들은 흑도연합군 무사님들입니다. 그러니까 감사인사를 하려면 흑도연합군 무사님들께 하셔야합니다.” 


“허참~........입은 삐틀어져도 말은 바로 해야지. 일은 우리가 한 것이 사실이지만 모두 처남이 시켜서 한일 아니야? 그러니까 인사를 받아도 처남이 받아야지.” 




언제 나왔는지 초하벽이 풍운에게 다가오며 한마디 거들었다. 




“모두가 다 저희들을 구해주신 분들이니 모든 분들께 인사를 받으셔야 합니다. 이 은혜는 뼈골에 새기고 죽을 때까지 잊지 않겠습니다. 여러분이 아니었다면 저희들은 벌써 죽었을 놈들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조명국이 대표로 인사를 하자 엎드려 있던 나머지 사람들도 다시 인사를 한다. 풍운은 엎드린 사람들을 둘려보다가 수라기(修羅氣)를 끌어올려 허공섭물(虛空攝物)로 사람들을 강제로 일으켜 세우니 엎드린 사람들은 강력한 힘에 의해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풍운의 허공섭물진기에 의해 강제(?)로 일어난 사람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다시 엎드리려하나 온몸이 밧줄에 묶인 듯이 말을 듣지 않는다. 초하벽은 풍운의 겉에서 입을 벌린 상태로 풍운과 사람들을 둘려보고만 있었다. 어이가 없는 모양이다.




“세상에!........보고도 믿을 수가 없군. 한사람도 아니고 이 많은 사람들을 허공섭물로 조정(?)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 거야. 도대체 처남 능력의 끝은 어딘지 모르겠군.” 


“여러분........여러분의 뜻은 알았으니 그만 일어나세요. 감사인사는 이정도면 충분합니다.” 




풍운은 초하벽의 말을 무시하고 사람들에게 한마디 하더니 섭물진기를 거두었다. 초하벽을 비롯한 사람들은 풍운이 보인 신위(神位)에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가 풍운의 말에 정신을 차린다. 




“알겠습니다. 그럼 인사는 이정도로 끝내겠습니다. 무릇 은혜를 입었으며 고마움을 알고 은혜를 갚는 것이 사람의 도리(道理)이며, 은혜를 갚는다 함은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 주어야한다고 배웠습니다. 앞으로 마수마랑님을 비롯한 여러분께서 저희들의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세요. 목숨이 남아있는 한 여러분의 은혜를 갚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다음에 부탁드릴 일이 있으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는 회의를 계속해야하니 그만들 돌아가세요.” 


“저기........이런 말씀드리기 송구스럽지만.......여러분께 부탁이 있습니다.”


“............”


“물에 빠진 놈 구해 주었더니 보따리 내 놓으라고 하는 격이라고 말씀하셔도 할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꼭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조명국의 말에 풍운과 초하벽은 서로의 눈빛을 교환하다가 풍운이 눈짓을 보내자 초하벽이 앞으로 나섰다. 




“무슨 부탁이죠. 말씀하세요.” 


“지금 저희 대륙상회일로 회의를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저와 여기 있는 친구를 회의에 참석하게 해 주세요? 부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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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운일행과 초하벽일행이 나가자 군막에는 무경과 귀왕사영을 비롯한 당령만이 남아 있었는데 무경은 풍운이 놓고 간 보자기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풍운은 초하벽의 겉옷을 입고 있어 향상 지니고 다니던 보자기를 탁자에 올려놓고 나간 것이다. 




“무경언니........그 보자기는 뭐죠.” 




무경이 고개를 숙이고 보자기만 만지작거리고 있자 당령이 궁금한 모양이다. 




“운랑이 향상 지니고 다니시는 물건이에요.” 


“풍운님이요? 뭐가 들어있는데요?” 


“음양도라는 책과 은자가 들어있어요.” 


“음양도?........그게 무슨 책이죠. 처음 들어보는 제목이네요.” 


“옛날 동쪽에 있던 백제라는 나라의 호국무공을 기록한 책이라고 들었어요. 운랑이 익히고 계신 음양비와 음양검법이 이 책에서 나왔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요. 그럼 대단한 무경이네요.”




당령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무경이 만지고 있는 보자기를 바라본다. 당령도 무림인이니 무공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무경은 당령의 눈빛을 보고 피식 웃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보여드리고 싶지만 운랑의 물건이라 제 마음대로 보여드릴 수가 없어요.” 


“풍운님께 부탁하면 보여주시려나? 한번 부탁해 볼까요?” 


“글쎄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네요.” 




당령은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보자기를 유심히 바라본다. 본래 무림인들은 자신의 무공을 남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무공 수련하는 모습을 훔쳐보는 것만도 죄가 될 정도인데 비급을 보여 달라는 부탁이 얼마나 무모(?)한 부탁인지 당령도 알고 있다. 하지만 한번 불붙기 시작한 호기심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다. 더욱이 당령은 아직 호기심 만발(滿發)한 이팔청춘의 아가씨가 아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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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운은 조명국을 의아한 눈으로 바라본다. 왜 회의에 참석하겠다는 것일까? 혹시 자신들을 더 이상 보호해주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일까? 조명국은 풍운의 표정을 보고 다시 한번 머리를 조아린다.




“다른 뜻은 없습니다. 사호팔랑님들과 흑도 여러분께 작은 도움이라마 드리고 싶어서 참석하게 해 달라는 겁니다. 우리만큼 대륙상회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들도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아직 림산에 남아있는 사람들과 연락할 수 있는 사람들도 있으니 림산의 돌아가는 상황이나 여러분이 모르시는 대륙상회 내부의 일을 알려드릴 수 있을 겁니다.” 




조명국의 말에 풍운이나 초하벽이 대답을 못하고 있으니 마수가 앞으로 나섰다. 




“일사님.........정보를 주시겠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사실 대륙상회 내부에 대해 저희들이 알고 있는 정보는 매우 부족합니다.” 


“처남은 어떻게 생각해. 나는 마수님의 의견에 찬성이야.” 




풍운이 초하벽을 돌아보며 물어보자 초하벽은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거린다. 




“여기 대장은 처남이잖아. 난 그저 처남을 도와주는 조력자의 역할에 만족할 거야. 그러니까 처남이 알아서 해.” 


“고마워~ 그럼 이렇게 하죠. 자리가 협소(狹小)하니 대표로 두 분만 들어오시고 나머지 분들은 그만 돌아가세요.” 




풍운은 말에 군막 앞에 모여 있던 대륙상회 사람들끼리 이야기를 주고받더니 조명국과 30대 중반의 사내만 남고 나머지 사람들은 본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이제 대충 정리가 끝난 것 같으니 다시 들어가 회의를 계속하죠.”




풍운과 나머지 사람들이 다시 군막으로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두 분은 저기 빈자리에 앉으세요.” 


“아닙니다. 저희들이 어떻게 감히........저희들은 서 있는 것이 편합니다.” 




초하벽이 자신들을 따라온 조명국과 사내에게 의자를 내주자 조명국이 정중하게 사양한다. 




“앉으세요. 저희들이 불편해서 그래요.” 




풍운이 다시 권하자 조명국과 사내는 눈빛을 교환하더니 마지못해 자리에 앉았다. 무경은 풍운일행을 따라온 사람들을 힐긋 쳐다보고 들고 있던 보자기를 풍운에게 내밀었고 풍운은 보자기를 자신의 옆에 놓았다. 




“다시 회의가 시작되었으니 하던 이야기를 계속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새로 오신 두 분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볼까요?” 


“저기.......저희들은 없는 사람으로 생각하시고 하시던 말씀들을 하세요. 저희들에게 질문이 있으시거나 저희가 알려드릴 정보가 있으면 그때 말씀드리겠습니다.” 




조명국은 자신들이 회의를 방해하는 것은 아니지 걱정되는 모양이다. 




“험험~ 그럼 두 분은 없는 분들로 생각하고 하던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 대륙상회 일에 우리가 나서는 것이 이치(理致)에 맞지 않을 겁니다. 대륙상회가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도 아니니 우리가 나서야할 이유도 없죠. 다만 우리가 나선 것은 배화교가 대륙상회를 장악하고 무림을 혼란에 빠트리려 하기 때문에 나섰던 겁니다..........여기서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풍운을 말을 멈추고 조명국과 사내를 힐긋 바라보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저는 대륙상회를 돕고 싶은 마음을 없어졌어요. 지금이라도 배화교가 대륙상회를 포기하고 물려간다면 대륙상회가 어떻게 되던 관여(關與)하고 싶지 않습니다.”




풍운이 대륙상회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자 초하벽이 활짝 웃으면 맞장구를 찐다.




“그래 바로 그거야. 우리가 자선(慈善)사업하는 사람들도 아니고 상대가 원하지 않는데 굳이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것도 웃기는 짓이잖아. 처남~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이런 방법은 어때. 배화교 놈들만 쓸어버리고 빠지는 거야. 나머지 일이야 육철량과 금산반이 대륙상회를 구워먹던 삶아먹던 알아서하라고 하면 그만 아니야.” 




풍운과 초하벽의 말에 한쪽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조명국이 무슨 말인가 하려다가 다시 입을 다물었다. 제갈무경이 먼저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다.




“운랑........처음 운랑께서 배화교의 음모를 막기 위해 대륙상회 일에 관여한 것은 사실이에요. 아마 배화교가 아니었다면 림산에 오시지도 않으셨겠죠. 하지만 나중에 림산에서 벌어지는 참상(慘狀)을 보시고 아무것도 모르고 죽어가는 림산의 양민들을 불쌍히 여겨 그들을 도우라하셨어요. 배화교일과는 관계없이 순순한 마음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미신 거죠. 그런데 지금에 와서 배화교잔당만 물리치고 돌아가면 어떻게 되겠어요?.........대륙상회 일에 관여하지 않으시겠다는 말씀은 힘들게 구한 양민들을 또다시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겠다는 말씀과 진배없습니다. 사람을 구해주려면 끝까지 구해주어야 합니다.” 




초하벽의 말에 무경이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풍운은 무경을 힐긋 쳐다보다가 이번에는 마수를 바라보았다. 




“마수님.......마수님의 의견은 어때요.” 


“저도 무경님과 비슷한 의견입니다.” 


“마수님도 계속해서 우리가 대륙상회를 도와야 한다는 의견인가요?” 


“냉정하게 말해서 우리 코가 석자인데 다른 사람들 생각할 처지는 아닙니다. 아침에 있었던 일만 놓고 보아도 우리가 얼마나 위험한 지경에 쳐해 있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또한 대륙상회가 무림과 양민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고 하지만 일사님 말씀대로 남의 집안싸움에 끼어드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


“하지만 무경님의 말씀처럼 한번 도와주기로 한 이상 끝까지 도와주는 것이 인간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막말로 대륙상회의 내분(內紛)이 격해져 대륙에 있는 대륙상회 점포들이 장사를 못하면 그들로부터 저렴하게 물건을 구입하던 양민들의 피해는 물론 대륙상회와 연관된 모든 세력이 혼란에 빠질 겁니다. 이건 배화교가 대륙상회를 장악하고 행하려 했던 일중에 하나입니다...........우리 앞에는 배화교라는 적(敵)이 있습니다. 우린 아니라고 하지만 우릴 적(敵)으로 생각하는 무림군이 있습니다. 혼란에 빠진 대륙상회가 있습니다. 그리고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양민들이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변할 겁니다. 우리가 배화교만 섬멸(殲滅)하고 빠지겠다는 것은 지극히 이기주의적인 생각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일이 우리 뜻대로 진행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오늘처럼 무림군이 계속 시비를 건다면 배화교보다 먼저 무림군과 전쟁과의 치러야 할지도 모릅니다............. 일사님.........그리고 여기계신 여러분.......우리가 무엇 때문에 싸우고 있습니까.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싸웠습니까. 처음에는 단순히 배화교에 복수하려고 시작했습니다. 우릴 이용만하고 토사구팽(兎死狗烹) 하려던 배화교 놈들에게 복수하고 마령단의 해약을 찾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우리에게는 많은 책임과 의무가 주어졌습니다. 물론 우리가 짊어지고자 했던 책임과 의무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우리에게 주어진 책임과 의무를 나 몰라라 하실 겁니까?...............휴~ 말이 많았는데 결론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앞으로 일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이상입니다.” 




마수의 긴 연설(?)이 끝나자 풍운은 주위를 둘려보았다. 초하벽은 씁쓸한 표정으로 입맛만 다시고 있고 나머지 사람들은 심각한 얼굴로 입을 다물고 있다. 마수의 말이 틀린 부분도 있겠지만 대부분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음~ 쉽게 결론이 나지 않겠군. 잠깐 쉬었다가 하시죠. 마수마랑은 상처를 치료하고 다른 분들도 잠깐 머리를 식히고 다시 시작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분위기가 심각해지자 나이 많은 동해어부가 초하벽에게 말했다. 




“그게 좋겠군요. 아침부터 고생하신 분들인데 잠깐 쉬는 것도 좋겠죠. 자~ 모두 일어나세요.” 




초하벽이 먼저 일어나며 말하자 몇몇 사람들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령은 풍운의 옆에 있는 보자기에 미련(未練)이 많은지 지금도 보자기만 바라보고 있다. 풍운은 머리가 복잡했다. 악무룡과 도치의 부상이 심하다. 움직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오늘 같은 일이 또 벌어지지 말란 법이 없으니 다른 사람의 보호가 필요하다. 그래서 자신들의 도움을 거절한 대륙상회를 돕기 위해 시간을 끌기 보다는 배화교만 섬멸(殲滅)하고 무림군을 피해 안전한 곳에서 도치와 악무룡에게 치료할 시간을 주고 싶다. 사실 도치와 악무룡 외에 다른 사람들도 계속된 전투로 많이들 치쳤을 것이다. 그들에게도 휴식이 필요하다. 그런데 무경과 마수는 끝까지 대륙상회를 도와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풍운이 심각한 얼굴로 앉아 있으니 나머지 십이사들도 자리에서 뜨지 못하고 풍운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 금막비는 심각한 얼굴로 고민에 빠져있는 풍운을 보다가 잠간 고개를 돌려보니 당령이 풍운의 옆에 있는 보자기를 뚫어지라 바라보고 있다. 




“당령.......뭘 그렇게 보고 있는 거야.” 




금막비가 속삭이듯 말하자 당령이 깜찍한 표정으로 혀를 내밀었다. 




“저기........형부.........형부는 음양도라는 책을 보셨어요.” 


“음양도? 그게 뭔데?” 


“풍운님이 향상 지니고 다니시는 책 말이에요.” 


“그런 게 있었나? 난 잘 모르겠는데?” 


“치~ 형부도 모르는 구나. 난 또? 형부는 아시는 줄 알았는데?” 


“허참~ 일사님께서 음양비나 음양검법을 펼치시는 것은 봤어. 일사님의 독문무공이지. 그건 그렇고........언제까지 형부라고 부를 거야.” 


“죄송........습관이 되서.......” 




금막비와 당령이 자기네들 딴에는 소곤소곤 말한다고 했지만 모든 사람들이 금막비와 당령을 바라보고 있었다. 당령이 금막비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었다. 금막비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사천당가주의 딸인 당령이 자기들과 함께 있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슨 이유 때문인지 몰라도 금막비는 당령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령이 사랑을 갈구(渴求)하며 다가가려 하여도 금막비는 당령을 멀리하며 살갑게 대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보니 당령과 금막비가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고 있다. 고민하고 있던 풍운도 분위기가 이상해 주위를 살펴보니 사람들이 모두 당령과 금막비를 바라보고 있다. 풍운도 무슨 일이가 싶어 당령을 바라보다가 당령의 눈과 마주쳤다. 




“저기.........풍운님.........음양도라는 책을 한번만 볼 수 있을까요?” 




당령은 계속 음양도라는 책만 생각하고 있었기에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풍운에게 말하니 풍운은 당령과 보자기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보자기를 풀어 음양도를 당령에게 내밀었다. 




“보여주는 거야 어렵지 않아요. 자~ 보세요.” 




풍운이 순순히 음양도를 내밀자 당령은 잠깐 망설이다가 책을 받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자리에서 일어나던 조명국이 음양도와 함께 있던 은자를 뚫어지라 바라보고 있다. 풍운이 보자기를 풀자 같이 있던 은자가 보인 것이다. 당령은 음양도 책을 살펴보더니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책에는 아무리 보아도 지금이라도 당장 마음만 먹으면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삼류무공에도 미치지 못하는 무공들만 나열되어 있다. 그런데 풍운이 익히고 있는 음양비는 무림 최고의 경공이며 음양검법 또한 감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절정의 검공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된다. 어떻게 이런 책을 보고 음양검법과 음양비를 익혔다는 말인가? 




“그 책을 보시려면 기(氣)와 차크라의 개념 그리고 기(氣)의 운용에 대한 개념을 알고 보셔야 해요. 책에는 기(氣)의 수련과정이나 생성과정을 간략하게만 기술하고 기(氣)의 운용과 무공의 외형에 대해서만 나오기 때문에 형과 식에 치중하는 무공을 익히 분들이 보기에는 삼류무공에 지나지 않을 겁니다.” 




풍운의 간략한 설명에 당령은 쓰게 웃으니 책을 풍운에게 내밀었다. 




“저에는 그림에 떡에 지나지 않군요. 잘 보았습니다.” 




풍운은 피식 웃으며 책을 은자와 함께 보자기로 싸려했다.




“저.........잠깐.........마수마랑님.......그 은자를 좀 볼 수 있을까요.” 




풍운이 보자기를 싸려하니 조명국이 다급하게 말한다. 풍운은 의아한 눈으로 조명국을 바라보다가 은자를 내밀었다. 조명국은 떨리는 손으로 은자를 받아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어........어떻게 이 은자를 마수마랑님이 지니고 계시는 거죠.” 


“왜요? 은자에 특별한 것이라도 있습니까?” 




조명국은 은자를 쥐고 곧바로 바닥에 엎드렸다. 




“마수마랑님은 진정한 은인(恩人)이십니다. 칠백년 전에 우리 조상님들을 살펴주시더니 지금은 저희들을 살려주시는 군요.”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칠백년 전에 조상님들을 살펴주다니요?”


“이 은자는 칠백년 전에 우리 조상님께서 은인(恩人)에게 드렸던 은자입니다.” 


“정말 입니까? 이 은자의 내력에 대해 알고 계시는 겁니까?” 


“대륙상회 대부분의 회원들은 칠백년 전에 이 은자의 주인께 은혜를 입은 조상님들의 후손들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은자의 내력을 알고 있죠.” 


“대륙상회 회원들 중에 은자의 내력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지만 설마 대륙상회 회원 대부분이 그분들 후손일 줄은 몰랐어요. 더욱이 칠백년 전의 약속을 지금까지 잊지 않고 있을 줄이야.”


“저희 아버님은 향상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언제라도 은자의 주인이 나타나면 그분께 드려야하기 내가 가진 재산의 삼분지 이는 나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버님은 돌아가시기 전에 유언(遺言)으로 은자의 주인이 나타나면 재산의 삼분의 이를 그분께 드려야 한다고 다시 한번 말씀하시며 돌아가셨습니다. 아버님은 할아버님께 그 말씀을 들었고, 할아버님은 증조할아버님께 그 말씀을 들었습니다. 대륙상회 회원치고 그 말을 듣지 못한 사람은 한명도 없을 겁니다. 그래서 대륙상회 회칙에 아예 대륙상회 전 재산 중 삼분의 이는 은자의 주인에게 주기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런 저희들이 어떻게 은자를 알아보지 못하겠습니까?” 




풍운은 조명국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손을 내밀었다. 




“은자를 돌려주세요.” 


“아예? 당연히 돌려드려야죠. 여기 있습니다.” 




조명국이 바닥에서 일어나 은자를 내밀자 풍운은 은자를 받자 음양도와 함께 보자기에 넣었다. 




“제가 은자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은자의 주인은 따로 있습니다. 언젠가 때가 되면 주인이 나타날 겁니다.” 


“그........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주인이 따로 있다니요. 은자를 가진 분이 주인 아닙니까?” 


“여러분의 조상님들이 은혜를 입은 분은 요동에 있는 벽궁세가의 초대가주가 되시는 분입니다. 그분의 후손이 지금도 살아 있습니다. 그러니 은자의 주인은 제가 아니라 그분이라는 말입니다. 다만 제가 그분의 것을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저희 조상님들께서 어느 분께 은자를 드렸으며 무슨 목적으로 드렸는지 저희들은 모릅니다. 저희들이 알고 있는 것은 은자를 가진 분이 주인이며, 은자의 주인께 재산을 드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은자를 지니고 계시는 마수마랑님께서 은자의 주인이 되시는 겁니다. 그리고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좀 전에 마수마랑님께서는 저희들을 더 이상 도와줄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마수마랑님께서 어떤 결정을 하시던 저희들은 마수마랑님의 처분에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마수마랑님을 비롯한 여러분께서 저희들을 버리시겠다는 말씀은........저희들에게 죽으라는 말씀과 똑같습니다.”


“.................”


“마수마랑님께서는 대륙상회가 도움을 원치 않기에 도와줄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대륙상회를 대표해서 부탁드리겠습니다. 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 지금도 림산의 지하에 숨어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는 회원들을 구해주세요. 은자의 주인으로써........저희들을 살려준 은인으로써.........그리고 저희들의 주인으로써.........저희들을 불쌍히 여기시고 제발 도와주세요. 이렇게 엎드려 빌겠습니다.” 




조명국이 다시 엎드려 울먹이며 말한다. 




“제발 살려주세요. 제 아내와 자식이 아직도 림산에 있습니다. 마수마랑님이 그냥 가시면 죽습니다. 제가 이렇게 빌겠습니다.” 




조명국의 옆에 있던 사내도 머리를 조아리며 부탁한다. 풍운은 길게 한숨을 쉬며 주위를 돌아보니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운랑...........이제 고민하지 않으셔도 되겠네요. 대륙상회을 도와야 할 명분이 생겼잖아요.”


“일이 이렇게 풀리나...........우리가 발을 빼기는 틀린 것 같군. 이막수님, 금막비님 어떻게 생각하세요.”




무경의 말에 풍운이 이막수와 금막비의 의견을 물어본다.




“우릴 믿고 있는 사람들을 배신할 수는 없죠. 더구나 일사님과 대륙상회는 남이 아닌 것 같으니 당연히 도와야죠.”


“은자의 주인은 수혜아가씨에요.”


“그게 그거 아닙니까? 부부일심동체(夫婦一心同體)이니 삼사님의 것은 곧 일사님의 것이죠.”


“저도 같은 의견입니다. 여기서 발을 빼려고 했으면 처음부터 도와주지도 말았어야죠.”




풍운은 나머지 사람들도 둘려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엎드린 사람들을 일으켜 세웠다.




“제가 은자의 주인은 아니지만 그분을 대신해서 여러분을 돕겠습니다.”


“가..........감사합니다.”




풍운이 가진 은자의 비밀의 밝혀지며 회의는 싱겁게 끝났다. 끝까지 대륙상회를 돕기로 결정한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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