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천상(天上)의 향기 - 195부

본문

천상(天上)의 향기 195(칠백년의 약속)-28




객점을 빠져나온 풍운은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도록 천면역용술로 40대 중반의 사내로 역용했다. 혹시라도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풍운이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점포들이 밀집한 지역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단, 약재, 철기 등 수많은 물건들이 거래(去來)되며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던 거리에는 개미새끼 한 마리 찾아볼 수 없고 다닥다닥 붙여 있는 점포에는 팔려고 내다놓은 물건들만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장사를 시작하려는 순간 철갑기동군에게 점주가 잡혀가는 바람에 주인을 잃어버린 물건들만 널려 있는 것이다. 풍운은 몇 개의 점포를 유심히 살펴보았으나 모든 점포에 개미새끼 한 마리 찾아볼 수 없고 물건을 쌓아 놓은 창고문까지 활짝 개방되어 있는 곳이 많았다. 




“휴~ 인간의 탐욕(貪慾)이 만들어낸 결과인가? 몇몇 사람의 탐욕(貪慾) 때문에 죄 없는 사람들만 죽어나는 군.” 




풍운은 낮게 중얼거리며 이번에는 림산일대를 살펴보며 사해방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로 달려갔다. 무경의 말에 의하면 철갑기동군은 육철량의 집에 주둔(駐屯)하고 있다고 했다. 풍운이 살펴본 림산의 풍경(風景)은 점포들이 밀집한 지역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대륙 곳곳에서 온 상인들과 짐꾼들로 인해 향상 북적거리던 창고나 하역(荷役)장도 주인을 잃어버린 물건들과 마차들만이 쓸쓸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보름도 안돼는 짧은 기간에 주인이 2번이나 바뀌고 아직도 혼란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사람들이 겁을 내고 아무도 림산을 찾지 않는 것이리라. 




멀리 육철량의 집이 보인다. 육철량의 집은 철갑으로 무장한 병사들이 삼엄(森嚴)한 경계(警戒)를 하고 있어 접근이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풍운은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하늘 높이 솟구친 다음 육철량의 집으로 날아가 천이통(天耳通)과 천안통(天眼通)으로 주위를 살핀 다음 가장 큰 건물의 지붕위로 사뿐히 내려왔다. 지붕위에 착지한 풍운이 가장 먼저 본 것은 허름한 건물 앞을 철통 같이 지키고 병사들의 모습이다. 대체 허름한 건물에 무엇이 있는데 저렇게 삼엄한 경계를 하고 있을까? 풍운이 건물을 유심히 살펴보니 작고 허름한 건물에는 거대한 철문이 달려 있었고, 지금 철문을 통해 건물 안으로 포박(捕縛)한 몇 명의 사내들을 끌고 들어가는 병사들의 모습이 보인다. 




“저곳이 뇌옥인 모양이군.” 




풍운은 지붕위에서 주위를 살펴본 다음 육철량의 집무실이 있던 건물로 날아갔다. 




한편 지하대전을 빠져나온 금산반은 금이를 찾아왔다. 금이는 금산반이 왔다는 연락을 받고 육철량이 쓰던 집무실에서 금산반과 만났다. 




“어서오세요. 저는 내일쯤에나 오실 줄 알았는데 빨리 오셨네요?” 




금이가 반갑게 인사를 하자 금산반은 머리가 땅에 닫도록 금이에게 허리를 숙인다. 




“감사합니다. 장군님의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금이는 황급히 금산반의 상체를 잡아 일으켜 세운다. 물론 금산반의 부탁을 들어주었으니 당연히 감사인사를 받아야 하지만 금산반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예(禮)를 차리기 때문이다. 




“자자~ 인사는 이것으로 끝내고 자리에 앉으세요.” 




금이는 금산반에게 자리를 권한다음 자신도 자리에 앉았다. 




“오면서 보니 사해방 사람들이 한명도 안보이더군요. 금이장군께서 모두 잡아들이신 겁니까?” 


“사해방 무사들 중 도망친 놈들이 있었는데........이놈들이 양민들 틈에 끼어 있어서 무사인지, 양민인지 분간(分揀)이 쉽지 않아 사해방에 속한 사내놈들은 모두 잡아들었어요. 물론 전부터 림산에 살던 대륙상회 사람들은 모두 석방했습니다.” 


“잘하셨습니다. 육철량과 상관장로는 어떻게 됐죠. 그놈들도 뇌옥에 있는 겁니까?” 




금산반의 질문에 금이는 담담한 표정으로 금산반을 바라본다. 금산반이 육철량과 상관장로의 소식을 모르고 이런 질문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사해방의 반역으로 림산이 혼란에 빠지고 금산반을 따르던 사람들이 죽거나 투옥(投獄)되었다고 해도, 림산에는 아직도 금산반을 믿고 따르는 사람이 많으니 그들이 금산반에게 보고했을 것이 뻔하다. 특히나 육철량과 상관장로의 소식에 촉각(觸覺)을 곤두세우고 있는 금산반이 아니가? 그럼 금산반이 이런 질문을 한 의도(意圖)가 무엇일까? 




금산반의 부탁을 받은 악양왕은 다시 금이에게 부탁해서, 사해방 무사들을 섬멸(殲滅)하고 반역의 핵심인물들인 육철량과 상관장로를 반드시 생포(生捕)해 달라고 했다. 하지만 상관장로는 바람처럼 사라져버렸고, 육철량은 야산으로 도망쳤다. 금산반은 말을 돌려 육철량과 상관장로를 생포(生捕)하지 못한 자신을 책망(責望)하고 있는 것이다. 




“육철량과 상관장로는 도망쳤습니다.”


“아니........놈이 도망쳤단 말씀입니까?........이런, 이런 큰일이네요?”


“아침에 들어보니 대륙금위들이 돌아왔다고 하더군요. 육철량은 현재 소수의 무사들과 야산에 숨어 있으니 대륙금위들에게 잡아오라고 하시면 될 겁니다.” 


“그래요?.........그런데 어떻게 하죠? 대륙금위들은 도망친 상관장로를 찾는데도 시간이 부족할 것 같습니다. 금이장군께서 시작하셨으니 마무리도 장군께서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금산반은 도망친 상관장로라는 말에 힘주고 말했다. 




‘여우같은 늙은이.......은근히 속 뒤집히는 이야기만 골라서 하는군.’ 




금이는 속으로 금산반을 욕하면서도 겉으로는 얼굴색하나 변하지 않고 차분하게 앉아있다. 여기서 당황하거나 화를 내면 금산반의 농간(弄奸)에 놀아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육철량은 저희가 마무리하죠.........굴속에 숨은 토끼야 연기를 피우면 튀어나는 법이니 어려운 일은 아니죠. 대신 방금 대륙금위들이 상관장로를 자리하신다고 하셨으니 우리는 육철량만 처리하고 이만 물려날까 합니다. 관군(官軍)인 저희가 사사로운 일에 깊이 관여하는 것도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지 않습니까?” 




금이의 말에 금산반은 가슴이 털컥 내려앉은 느낌이다. 금이의 자존심을 자극(刺戟)하여 육철량과 상관장로를 잡아들일 때까지 도움을 받으려 했지만 금이는 교묘(巧妙)한 말로 림산에서 발을 빼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육철량만 잡아들이고 철군(撤軍)하시겠다는 말씀입니까?” 


“저희들이 도와드릴 일은 끝나지 않았습니까? 무슨 대가를 바라고 한일도 아니고.........계속 머물려 있으면 인간만 추(醜)해지죠.” 




금산반은 입술을 깨물고 금이를 바라보다가 길게 한숨을 쉬었다. 지금처럼 대화가 진행되면 금이와 철갑기동군을 붙잡을 명분(名分)이 없어진다. 처음부터 납작 엎드려 도와달라고 통사정 했으면 이렇게 대화가 진행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괜히 잔머리를 굴리다가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가 꼴이 되지 않았는가? 금산반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금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장군!.......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늙은이가 노망(老妄)이 들어 사리분별도 못하고 장군께 헛소리만 지껄였습니다.” 




금이는 금산반이 갑자기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자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금산반의 팔을 잡아 억지로 일으켜 세운다. 




“갑자기 왜 이러십니까? 금노인께서 저에게 사과하실 일이 뭐가 있다고 이러십니까? 자자~ 일어나세요. 일어나서 말씀하세요.” 




금산반과 금이가 실랑이를 하는 모습을 남몰래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 아무도 모르게 집무실 대들보 위에 숨어든 풍운이 금산반과 금이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풍운은 금이나 금산반보다 먼저 집무실에 들어왔는데, 밖에서 사람의 인기척이 나자 곧바로 대들보 위에 몸을 숨겼다. 다행이 육철량의 집무실은 규모가 크고 천장이 높게 설계되어 몸을 숨기만한 장소가 있었기 때문이다. 풍운은 금산반과 금이의 대화를 듣고 지금까지 모호(模糊)하기만 했던 사건들이 안개가 걷힌 듯 확실하게 알 것 같았다. 금산반이 악양왕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악양왕은 다시 금이에게 부탁을 해서, 금이가 철갑기동군을 이끌고 림산에 들어와 사해방 무사들을 섬멸(殲滅)하는 한편 대륙상회의 반역자들을 잡아들인 것이다. 




풍운이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에 금이는 금산반을 다시 의자에 앉히고 자신도 자리에 앉았다. 




“저에게 무슨 부탁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아니면 하실 말씀이라도 있는 겁니까? 돌려서 말씀하시지 말고 그냥 시원하게 말씀하세요.” 




금이의 말에 금산반은 얼굴을 붉히며 말을 시작했다. 




“관군(官軍)이 사사로운 일에 관여하는 것이 좋기 좋지 않다고 하셨는데.......좁게 보면 저희 대륙상회 내부의 일이기는 하지만...........림산의 일은 결코 우리 대륙상회의 일만은 아닙니다..........림산이 멈추면 일차적으로 대륙 곳곳에 펴져있는 대륙상회 점포들이 타격(打擊)을 받고.........이차적으로 대륙상회 점포들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일반백성들도 물건을 구하지 못해 고통을 겪게 될 겁니다. 그러므로.........” 


“잠깐만.......저는 무식한 무장(武將)이라 어려운 말은 모릅니다. 간단하게 요점만 말씀하세요.” 




금이가 금산반의 말을 중간에서 자르자 금산반은 다시 고개를 숙인다. 




“죄송합니다. 늙은이가 말만 많군요........저기........그러니까 한마디로 말해서.........도.......도.” 




금산반은 자존심 때문이지 몰라도 금이에게 차마 도와달라는 말을 못하고 한동안 머뭇거리더니 길게 한숨을 쉬고 탁자에 머리를 박는다. 




“쾅~” 


“한번만 더 도와주세요. 금이장군이 아니면 저희들을 도와주실 분이 없습니다. 한번만 더 도와주시면 평생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금산반이 머리를 숙이고 큰소리로 말하자 금이는 득의(得意)의 미소를 짓는다. 악양왕을 믿고 거만(倨慢)하기만 하던 금산반이 드디어 자존심을 버리고 진심으로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금이는 지금까지 금산반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에게 부탁을 하는 사람이 악양왕을 믿고 고개를 뻣뻣하게 들고 아랫사람 대하듯 자신을 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금이는 언젠가 한번 금산반의 콧대를 꺾어놓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물론 다른 의도(意圖)도 있다. 




금산반은 악양왕과 호형호제(呼兄呼弟)할 정도로 절친한 사이이며 악양왕은 황제의 친동생으로 조정(朝廷)과 황실을 좌지우지(左之右之)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다. 금이는 배화교에 있는 설이에게 대장군부를 통째로 받치겠다고 했다. 그럼 대장군부를 설이에게 받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대장군부를 장악해야 한다. 




대장군부를 장악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암계(暗計)를 써서 대장군과 측근들을 포섭(包攝)하는 방법이 있고, 금이 자신이 대장군이 되는 길이 있다. 금이는 설이에게 비겁하게 암계(暗計)따위로 장악한 대장군을 받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당당하게 자신이 대장군이 되어 대장군부를 장악한 다음 설이에게 받치고 싶다. 하지만 아무리 금이의 능력이 뛰어나도 권력을 가진 자가 밀어주지 않으면 대장군이 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야. 금이는 금산반을 진정으로 굴복시키고 그에게 은혜를 베풀어 나중에 자신이 대장군이 되는데 도움을 받고자 하는 의도(意圖)가 숨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금이는 자신을 속마음을 숨이고 길게 한숨을 쉬었다. 




“휴~금산반님께서 그렇게 시원하게 말씀하시니 제 몸이 부셔지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제가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금산반님도 아시지만 저도 대장군님의 명령을 받는 일개무장에 불과한 놈이 아닙니까? 지금이라도 대장군께서 철군하라고 하시면 바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놈입니다.” 


“저도 무리한 부탁이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장군님께서 가시면 림산에는 희망이 없습니다. 한번 은혜를 베푸셨으니 끝까지 도와주세요.” 




금이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금산반을 일으켜 세운다음 손을 잡았다. 




“알겠습니다. 저도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은 제 독단(獨斷)적으로 결정할 수 없기 때문에 일단 대장군님의 승인(勝因)을 얻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금산반이 눈시울을 붉히며 말하자 금이는 살며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렇게 하죠. 제가 약속한 대로 육철량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대신 금산반님은 도망친 상관장로의 행방을 찾아보세요. 저는 육철량을 제거하는 한편 대장군님께 서찰을 보내겠습니다. 아참~ 미리 말씀드리는데.......대장군께서 허락하지 않으시면 제가 도와드리고 싶어도 도와드리지 못하니 혹시라도 제가 도움을 드리지 못해도 욕하지는 마세요.” 


“욕이라니요. 당치도 않으신 말씀입니다. 자~ 그럼 저는 금이장군님만 믿고 이만 물려가겠습니다.” 




금산반은 금이의 마음이 변하기 전에 얼른 일어나 인사를 한다. 




“나오지 마세요. 그럼 이만~” 




금이는 금산반이 꼬리에 불붙은 강아지처럼 재빨리 사라지는 것을 보고 피식 웃더니 풍운이 숨어있는 천장을 올려다본다. 




“친구........이제 볼 것도 없으니 그만 내려오시게.” 




풍운은 금이가 자신이 숨어 있는 곳을 바라보며 말하자 깜짝 놀랐다. 금이가 들어오기 전부터 귀식대법(龜息大法)으로 숨까지 멈추고 있었는데 금이는 자신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풍운은 잠시 망설이다가 밑으로 내려갔다. 음양비로 도망치면 그만이지만 굳이 금이를 만나를 것을 피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풍운이 밑으로 내려오자 금이는 풍운의 모습을 유심히 살펴본다. 




“천면역용술?........누군가 했더니 악양왕부에서 만났더 마수마랑이군.” 




풍운은 금이가 천면역용술을 단변에 알아보자 다시 한번 놀랐다. 천면역용술로 역용을 하면 얼굴뿐만 아니라 피부, 골격, 목소리까지 완벽하게 다른 사람으로 변하는데 금이는 어떻게 자신이 천면역용술로 역용한지 알아본 것일까? 




“무슨 근거로 천면역용술이라고 하시는 거죠?” 




풍운이 자신의 안방마냥 의자에 앉으며 말하자 금이도 풍운을 바라보며 의자에 앉는다. 




“글쎄.......뭐라고 해야 하나? 나는 한번 본 것은 웬만해서는 잘 잊어먹지 않아.......아니다. 이런 이야기는 할 필요 없지.”


“..........”


“자네의 천면역용술은 완벽했어. 다만 분위기.......그냥 느낌이라고 하세. 얼굴이나 몸은 40대인데 느낌은 20대로 느껴지더니. 그때 악양왕부에서 보았던 천면역용술이 생각나더군.” 


“그럼 뭐야. 그냥 넘겨짚은 말에 내가 당한 거라는 말씀인가요?” 


“하하하~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니 대충 넘어가세. 그런데 자네는 이곳에 웬일인가? 나를 보자고 오지는 않을 것이고 림산에 특별한 볼일이라도 있나?”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하다 보니 제가 이곳에 있네요.” 


“하하하~ 이제 보니 웃기는 친구로군. 자기가 왜 여기 있는지도 모른다는 말인가?”




금이가 황당하다는 듯이 큰소리로 웃자 풍운은 쓰게 웃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특별히 할말이 없으시면 그만 일어나겠습니다. 할일이 많아서요.” 


“우리 이야기를 엿듣고 그냥 가겠다는 건가? 내가 순순히 보내줄 것 같은가?” 


“특별히 숨길만한 내용도 없었잖아요. 뭐~ 찔리는 거라도 있습니까?” 


“물론 없네. 하지만 나와 금산반이 나누었던 이야기는 그 자체가 기밀이야. 또 내 이야기를 다른 사람이 엿들었다는 것이 과히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 않는가?” 


“그래요? 그럼 어떻게 하실 생각이죠. 포박(捕縛)이라도 하실 생각인가요?” 


“못할 것도 없지.” 




금이도 자리에서 일어나며 내공을 끌어올린다. 당장이라도 풍운을 공격할 자세다. 풍운은 금이에게 숨 막힐 것 같은 압박감이 몰려오자 한발자국 뒤로 물려났다. 




“이런 일로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군요. 저는 이만 물려가겠습니다.” 




풍운은 선천강기를 끌어올려 허공으로 솟구쳤고 그와 동시에 금이의 장(掌)이 풍운의 기해(배)혈을 향해 날아왔다. 




“흥~ 누가 보내 줄 것 같은가?” 




풍운은 순간적으로 몸을 뒤집더니 선천강기를 손바닥에 모아 금이의 장(掌)을 맞받아 쳤다.




“펑~~” 


“기회가 있으면 다음에 다시 만나죠.” 




장(掌)과 장(掌)이 충돌하면 집무실이 흔들린 정도의 폭음과 함께 풍운의 음성이 들렸다. 풍운은 금이의 공격을 역이용해서 천장을 뚫고 날아오른 다음 음양비로 사라져버린 것이다. 




“쩝~ 저런 속도라면 쫓아가도 소용없겠군. 정말~ 간단하게 도망치네.” 




금이는 풍운이 사라진 천장을 바라보다며 허탈하게 웃고 만다. 처음부터 붙잡을 생각도 안했지만 너무나 간단하게 도망치니 허탈한 모양이다. 




풍운은 육철량의 집을 빠져나와 무경일행이 기다리고 있는 객점으로 갔다. 풍운이 객점에 도착하니 무경일행은 상을 차려놓고 풍운을 기다리고 있었다. 식사시간이 지났지만 풍운이 돌아오지 않자 무경은 음식을 주문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먼저 식사를 하라고 했다. 하지만 사우나 마수 등도 풍운이 오면 먹겠다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늦으셨네요. 우선 식사부터 하세요.” 


“어~ 다들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먼저 먹지 그랬어.” 


“일사님은 식사도 못하시고 뛰고 있는데 저희들만 먹을 수는 없죠........자자~ 앉으세요.” 




마수는 풍운을 자리에 앉히고 자신도 자리에 앉았다. 




“모두 배고프시죠. 일사님이 오셨으니 이제 먹죠.” 




풍운은 밥도 먹지 않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무경일행을 바라보다가 식사를 시작했다. 식사가 끝나자 풍운은 무경일행에게 육철량의 있었던 이야기를 해 주었다. 




“우리가 예상대로군요. 그런데 금산반이 왜 금이라는 장군에게 매달리는 거죠?” 




천유는 금산반이 금이에게 매달리는 것이 이상한 모양이다. 사해방 무사들은 괴멸(壞滅)되었고 반역의 무리도 모두 잡아들었다. 육철량도 끝났다고 보아야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금산반이 금이에게 매달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건 천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비록 군산해전에서 약간의 피해가 있었지만 사해방의 사해맹룡이 지휘하는 주력(主力)은 건재(健在)해요.” 


“사해맹룡?..........사해방의 전투선단(戰鬪船團)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무경의 말에 천유가 다시 물어본다. 




“맞아요. 그들이 해상전투에 달련된 무사들이라 육지에서는 힘을 쓰지 못할 거리고 예상하지만 그들의 존재를 무시하기는 힘들죠. 다음으로 상관장로가 도망쳤어요.”




무경이 설명하고 있는데 객점으로 들어오는 남녀가 있었다. 




“무경! 잠깐만..........막수님과 미림님이 오셨다.” 




풍운은 무경의 말을 중단시키고 객점으로 들어온 사내에게 달려갔다. 




“막수님........어서오세요.” 


“안녕하세요. 일사님.” 




객점에 들어온 남녀는 풍운의 말대로 이막수와 유미림이었다. 풍운이 림산을 살펴보겠다고 나가자 마수는 이막수일행과 곽지향일행에게 전서구를 보냈다. 이막수와 유미림은 무림군의 뒤를 쫒고 있다가 마수의 연락을 받고 단번에 객점으로 달려온 것이다. 




“수고하셨어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오셨죠. 두 분은 섬서성에 있지 않았나요?” 




이막수와 유미림이 다른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하자 마수가 이상하다는 듯이 질문한다. 풍운일행은 아직 배화교잔당과 무림군이 림산에 도착한 것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림산에 겨의 도착했을 때, 마수의 연락을 받았어.” 


“예? 무슨 말씀이죠?” 




마수가 다시 질문을 하자 이막수는 그동안 무림군과 배화교 사이에 있었던 전투와 그들이 림산으로 오게 된 경위를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럼 배화교 놈들과 무림군도 림산에 들어왔단 말씀입니까?” 


“무림군은 림산 바로 앞에 있는 마을에 있어. 아마 배화교 놈들은 이미 림산에 들어왔거나 근처에 있을 거야. 무림군보다 먼저 도착했거든.” 




풍운은 안 그래도 복잡한 머리가 실타래가 엉킨 것처럼 엉망이 된다. 배화교과 무림군이 림산에 왔다. 무림군이야 배화교잔당들을 쫓아왔다고 해도 배화교 놈들은 왜 림산에 온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배화교는 아직도 대륙상회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금산반이 금이장군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이제야 확실해 지는 군요. 금산반은 배화교가 림산에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무경이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려는 순간 다시 객점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흑도연합군과 함께 있던 곽지향과 금막비일행이 돌아온 것이다. 풍운은 기다리던 사람들이 모두 집합하자 장소를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했다. 무림군까지 림산에 들어왔으니 사람들의 눈에 쉽게 띄는 객점보다는 은밀한 곳으로 옮길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계속>>




----------------------- 작 가 주 -----------------------




** 귀식대법(龜息大法) - 호흡을 멈추는 방법. 


귀식대법이란 단순히 호흡을 멈추는 것은 아니고 심장의 박동까지 정지시키고 체온을 하강시킴으로써 인기척을 없애는 수법으로 주로 적에게 동정을 들키지 않고 잠복할 때 쓰인다. 


무공을 익힌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종적을 주로 호흡소리를 통해 아는 데, 내공이 높을수록 그 호흡의 간격이 길고 고르기 때문에 호흡이 끊어지거나 이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없어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그러나 절정고수에게는 그 방법만으로는 통하지 않기 때문에 이 귀식대법을 익히는 것이다. 


귀식대법을 시전할 때 초기 단계에서는 이를 시전하는 동안 오관의 활동이 완전히 멈춰 정 말로 시체와 다름이 없어진다. 그리고 스스로의 공력 정도에 따라 깨어나는 시간만 조절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경지에 오르게 되면 오관의 활동을 자유자재로 조절하여 겉보기에는 시체처럼 보이더라도 시전자는 주위의 동정을 듣거나 보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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