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천상(天上)의 향기 - 18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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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天上)의 향기 183(칠백년의 약속)-17




대지(大地)를 밝히던 태양이 산마루에 걸려 붉은 노을을 뿌리고, 사람들은 하루를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에 림산으로 향하는 관도에 수많은 사람들의 행렬이 보인다. 림산으로 향하는 사람들은 생김새만큼이나 다양한 복장을 하고 있어 한곳이 아닌 중원각지에서 온 사람들임을 말해주고 있다. 다만 그들은 공통적으로 등에 작은 보따리를 매고 있으며, 보따리에는 상인들이 사용하는 주판을 매달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일반인들이 아닌 상인들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바로 대륙상회 반역의 선봉(先鋒)에 있는 상관장로의 연락을 받고 중원각지에서 몰려온 상관장로의 추종자들이 림산으로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어이~ 왕씨 아닌가? 육 개월 만인가? 그동안 잘 지냈어.”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중년인이 앞서가던 사람의 어깨를 치며 인사를 하자 왕씨라는 사람도 반갑게 인사를 한다.




“누군가 했더니 자네로군. 그래 자네에게도 연락이 갔었어.........아이들은 잘 크고 있지.”


“허허허~ 그렇지 뭐~ 그건 그렇고.........금가 놈이 죽고 상관장로님이 림산을 장악한 것이 사실인가? 연락을 받고 달려오기는 했지만 믿어지질 않아서 말이야.”


“나도 고래심줄 같던 금가 놈이 죽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아 오면서 확인해보니 사실이더군. 금가 놈은 죽었고, 사해방이 림산을 장악했다고 소문이 자자해.”


“그럼 앞으로 상관장로님이 다시 회장님이 되시고.......덕분에 우리도 어깨 좀 피고 살수 있는 건가?”


“당연하지........그래서 우릴 부르시지 않았는가? 오면서 들어보니 사해방이 금가 놈을 따르던 보기 싫은 놈들을 깨끗하게 쓸어버렸다고 하더군. 그러니까? 우린 가서 놈들이 맡고 있던 업소를 꿀꺽하면 되는 거야.”


“그렇군. 잘됐어. 정말 잘 된 거야. 이제야 대륙상회가 제대로 돌아가겠군.”




상관장로의 연락을 받고 림산으로 향하는 상인들은 자기들끼리 떠들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들은 대륙상회 회원들 중에서 상관장로를 따르는 무리들로 금산반이 자기를 따르는 회원들을 희생시키면서까지 밝혀내려던 반역의 무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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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산에서 약간 떨어진 마을에 말과 사람이 모두 철갑으로 무장한 병사들이 집결했다. 그들은 마을에 도착하자 넓은 공터를 찾아 군막(軍幕)을 치는데 군막의 지붕에는 대장군부를 상징하는 깃발을 올렸다. 마을 사람들은 대명제국에서 가장 강력한 부대인 대장군부의 부대가 이런 촌구석에 나타난 것이 신기한 듯이 군막주위에 몰려들어 구경하는데 정신이 없다. 언제 이런 촌구석에서 대장군부의 병사들을 다시 보겠는가?




대장군부의 정식명칭은 구문제독부(九門提督府)이며 대명제국(大明帝國)을 떠받치고 이끌어가는 무벌(武閥)의 총집결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구문제독부는 대명제국의 모든 군사력이 집결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을 구문제독부을 부르기 편하게 대장군부라 부른다. 구문제독을 다른 말로 대장군이라 부르기 때문에 구문제독부보다는 귀에 익숙한 대장군부로 부르는 것이다. 




대장군부가 대명제국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가는 대장군부의 건물들을 보면 잘 나타나 있다. 대장군부는 구문제독부라는 명칭처럼 9개의 문과 담으로 설계되어 황제가 기거하는 구중심처(九重深處) 자금성과 비교되는데,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구문제독부가 자금성에 비해 단 한 뼘 낮은 높이와 한 칸이 작게 설계되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대명제국에서 대장군부가 갖고 있는 권위와 권세는 막강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막강한 권위를 가진 대장군부의 부대가 적(敵)과 마주하는 국경선도 아니며 그렇다고 특별히 지킬 것도 없는 촌구석에 나타난 것이 신기한 것이다. 




대장군부의 병사들은 군막(軍幕)의 설치가 끝나자 구경꾼들을 모두 집으로 돌려보냈다. 병사들이 설치한 가장 거대한 군막의 입구에 바람처럼 나타난 사람이 있었다. 군막을 지키던 병사들은 경계를 자세를 취하려가 나타난 사람을 확인하고 허리를 깊숙이 숙여 인사를 한다.




“어서 오세요. 다들 기다리고 계십니다.”




병사 한명이 인사를 마치고 군막의 문을 열어주자 바람처럼 나타난 사내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안으로 들어간다. 군막 안에는 아직 갑옷도 벗지 않는 4명의 부대장들이 의자에 앉아 있다가 안으로 들어온 사내를 향해 고개를 숙인다.




“대장님 오셨습니까?”


“그래.........이곳까지 오느라 다들 수고했다. 모두 앉아라.”




사내는 병사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상석에 앉으니 나머지 부대장들도 자리에 앉는다.




“이곳으로 오면서 특별한 일은 없었겠지?”


“없습니다.”


“그럼 다행이고........자~ 그럼 자네들을 이곳으로 부른 이유를 설명해 주어야겠지. 다들 볼 것도 없는 이런 촌구석으로 부른 이유가 궁금할 터니 말일이야.”


“........................”


“얼마 전에 악양왕께서 친히 대장군님께 서찰을 보내셨네. 서찰의 내용은 악양왕부와 각별한 사이인 대륙상회를 도와 달라는 내용이었으며 대장군께서는 나에게 그 일을 일임하셨네.”


“대륙상회라면 상인들 아닙니까? 우리가 상인들도 도와주어야 합니까?”


“대륙상회 상인들도 크게 보면 대명제국의 백성들이니 우리가 보호해 주는 것은 당연하네. 거기다가 황제폐하의 아우님이신 악양왕님께서 특별히 부탁하신 것이니 당연히 우리가 나서야겠지.”


“음!..........악양왕님의 부탁이라면 대장군께서도 거절하기 힘드셨겠네. 알겠습니다. 정확하게 우리가 어떻게 도와주면 되는 겁니까?”


“오면서 보니........림산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많았어. 내가 듣기로 그들 대부분이 대륙상회의 반역자들이라고 하더군. 우리의 임무는 림산을 장악하고 있는 사해방 놈들과 지금 림산으로 들어가는 상인 놈들을 잡아들이는 것이라네.”


“아니! 그만한 일로 우리 철갑기동군이 출동했다는 겁니까?”




철갑기동군은 대장군부에 소속된 여러 별동대 중에서도 최고의 기동력과 전투력을 자랑하는 부대로........대장군부 최강, 최고의 부대라 자부하는 부대다. 그런데 그런 철갑기동군이 상인 놈들이나 때려잡으려 출동했다고 하니 부대장들이 어이가 없는 모양이다. 




“자네들이 무슨 생각하는지 알고 있네. 하지만 이번 일은 자네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일단 우리가 잡아들어야 할 사해방 놈들은 상당한 실력을 가진 고수들이네. 또한 아직 정체를 드려내지 않는 놈들도 있어. 그놈들도 잡아들어야 한다네.”


“무림고수란 말씀이죠?........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명령만 내려주세요. 깨끗하게 쓸어버리겠습니다.”


“좋아........그럼 우장군(右將軍)!”


“예? 하명하세요.” 


“몸이 날씬 20명을 뽑아 림산일대를 정찰(偵察)하고 오게. 그리고 나머지 병사들은 먼 길을 달려왔으니 쉬게 하게. 놈들을 잡아들이는 일은 우장군의 정찰이 끝나면 시작하겠네.”




사내의 말이 끝나자 부대장들은 사내에게 인사를 하고 군막을 나간다. 군막에 혼자 남은 사내는 겉옷을 벗더니 침상으로 간다. 악양왕부에서 경공으로 쉬지 않고 달려와 무척이나 피곤한 모양이다. 사내는 침상에 누워 잠을 청하려다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침상에 걸터앉는다.




“휴~ 벌써 일년이 넘은 건가?........그녀가 보고 싶군.”




사내는 눈을 감고 아련한 상상에 빠진다. 그의 머리 속에 금색머리카락과 눈썹 그리고 박속같은 하얀 피부와 치아가 어우러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여인은 몽환(夢幻)처럼 신비한 매력을 가진 아름다운 여인이며 자신의 가슴의 마음을 송두리째 뺏어간 여인이다. 그녀는 자신에게 대명제국의 대장군부를 달라고 했고 자신은 흔쾌히 대장군부를 주겠노라 답하고 대장군부로 달려왔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요. 내가 그대에게 대장군부를 통째로 들리리라.”




사내는 입술을 깨물며 중얼거리다가 다시 침상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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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운과 무경이 식사를 마치고 객점에서 나온 시간은 해가 서산마루에 걸려 대지(大地)가 어둠에 잠기려는 시간이었다. 풍운이 주점에서 술을 마신 시간이 길었던 모양이다. 




“운랑.........벌써 날이 어두워지고 있어요. 어떻게 하죠. 바로 림산으로 출발하실 겁니까?”


“지금 출발하면 새벽에나 도착하겠지. 나는 상관없지만 무경이 피곤해서 안 되겠다. 오늘은 그냥 이곳에서 자고 내일 새벽에 출발하자.”


“늦지 않겠어요. 저 때문이라면 지금 출발하세요. 피곤하지는 않아요.”


“림산에는 도치일행도 있고, 처남이 이끄는 흑도연합군도 나섰으니 조금 늦는다고 문제될 것은 없을 거야. 그냥 내일 새벽에 출발하자. 하루 늦는다고 큰일이야 있겠어.”


“음.........알았어요. 그럼 그렇게 해요.”




풍운과 무경은 다시 객점으로 들어가 방을 잡았다. 풍운은 림산에 마수일행도 있고, 금막비일행이 흑도연합군과 함께 림산의 상인들을 돕고 있으니 자기가 조금 늦게 도착한다고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건 무경도 비슷한 생각이다. 금산반은 육철량의 반역을 예상하고 만반의 준비를 하였을 것이니 풍운이나 십이사가 특별히 도울 일은 없을 것이다. 또한 이막수와 유미림이 무림군을 감시하고 있으니 도치일행이 위험에 빠질 일도 없다. 풍운이 하루정도 늦게 도착한다하여 문제될 것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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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은 시간............


천인살막의 천인사도 냉하상은 3명의 사내들과 탁자를 마주하고 있었다. 냉하상의 앞에 있는 사내들은 천인살막 최고의 살수라고 알려진 오영(五影) 중 3명이다. 그들이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두 명의 사내가 들어온다. 바로 도치일행에 대해 조사하러 갔던 일영(一影)과 이영(二影)이다. 




“다녀왔습니다.”




일영이 냉하상에게 인사를 하자 냉하상은 자리에 앉으라고 손짓한다. 일영과 이영은 냉하상의 옆에 앉는다.




“벌써 조사가 끝난 거야. 내일까지 시간을 주었잖아?”


“지금 살행(殺行)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막주님께 여쭈어보기 위해 왔습니다.”


“지금이 좋다?........이야기해봐........어떻게 좋다는 거지.”




냉하상이 의자에 등을 기대고 일영을 바라보며 질문하자 일영이 탁자위에 펼쳐진 도면에서 도치의 방을 가르친다. 탁자 위에는 도치일행이 머물고 있는 성안객점의 도면과 도치, 사우 등이 머물고 있는 방의 위치가 상세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혈부광랑(血斧狂狼) 도치와 화무폭랑(火武爆狼) 악무룡은 아침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했는데 저희들이 오기 전에 보니 이제는 완전히 술에 취해 쓰려졌더군요. 여기 혈부광랑의 방에 두 사람이 쓰려져 있습니다. 지금이라면 이들을 손쉽게 처리할 수 있지 않을 까요?”


“두 사람은 그렇다 치고..........나머지 세 명은 어떻게 하고 있지. 우리 목표는 십이사 전원을 죽이는 거야?”


“광도묵랑(狂刀墨狼) 사우는 자신의 방에서 새로운 무공을 연마(硏磨)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오전에 십이사 일행과 같이 있는 여인으로부터 무언가 설명을 듣더니 밤이 깊어지자 침상에 앉아 내공을 수련(修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여인은 자신의 방에서 활을 손질하다가 조금 전에 침상에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귀산선랑 마수는 자신의 방에서 책을 읽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대충 무슨 말인지 알았다. 목표물인 4명 중에서 2명이 술에 취해 있고, 한명은 내공수련 중이니 지금이 기회라는 말이지?”


“예! 지금 같은 기회가 언제 다시 오겠습니까? 내일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지금 놈들을 처리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좋은 것은 사호팔랑이 모두 모여 있을 때 한번에 처리하는 거야.......하지만 그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니 이번에 손쉽게 처리할 수 있는 놈들부터 처리하는 것이 순서겠지. 그리고 놈들이 술에 취해 있는 지금처럼 좋은 기회도 없을 거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해?”




냉하상이 다른 사람들에게 질문하자 나머지 사영들도 모두 일영의 말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냉하상은 도면을 보면 잠시 고민하다가 도면에 몇 가지 글자를 쓴다. 마수, 사우, 왕천유가 있는 방에 일영, 이영, 삼영을 쓰는 것이다.




“귀선선랑은 십이사 중에 지략(智略)에는 능통(能通)하지만 무공은 그리 높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조사에 의하면 놈은 배화교와 연관된 놈이라 우리에 대해 알고 있을지 모르니 쉽게 볼 상대는 아니다. 더구나 지략에 능한 놈들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능력을 모두 보여주지 않고 삼할 정도는 숨기고 있을 가망성이 많으니 일영(一影)이 직접 놈을 처리해라.”


“알겠습니다.”




일영이 힘차게 대답하자 냉하상은 잠시 말을 멈추고 일영을 바라본다. 일영은 천인살막 최고의 살수(殺手)다. 무공도 뛰어나지만 냉철한 판단력과 과감한 결단력은 그를 천인살막 최고의 살수로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일영에게는 살수로써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살수(殺手)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표물을 죽어야 한다. 때로는 무공보다는 폭약이나 암기, 독약으로 상대를 죽어야 할 때도 있고 상대를 속이고 암수(暗數)를 쓰는 방법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즉 상공확률이 높으면 무슨 짓이든 해서 목표물을 죽이는 것이 살수(殺手)의 본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영은 절대 암수를 쓰지 않는다. 독을 쓴다거나 폭약을 사용하지도 않는다. 마치 무사들의 대결처럼 정면승부를 통해서만 상대를 죽인다. 물론 그건 자신의 무공에 대한 믿음과 정면승부를 해도 죽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일영...........귀선선랑은 배화교 군사인 마제갈의 아들이다.........아마 우리에 대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네가 단 한번도 실패하지 않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귀선선랑은 지금까지 상대했던 놈들과는 다르다..........상대를 모르면 쉽게 당하지만 상대를 알면 달라진다.”


“알고 있습니다. 맡겨 주세요.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냉하상은 일영의 말에 쓰게 웃고 말았다. 일영에게 정면승부보다는 다른 방법을 선택하라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일영은 자신의 방식대로 하겠다고 한다. 그건 어쩌면 일영의 자존심인지도 모른다. 냉하상은 일영의 자존심까지 짓밟기는 싫었다. 무사에게 자부심이나 무사로써의 명예는 죽음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냉하상은 다시 도면을 본다.




“다음으로 이영(二影)은 사호팔랑과 함께 있는 여인을 제압(制壓)하라. 반항하면 죽어도 상관없다. 다음으로 삼영(三影)은 광도묵랑을 사우를 처리하라. 광도묵랑이 내공수련 중이라고 하지만 만일이라는 것이 있으니 조심하도록 해라. 나머지 사영(四影)과 오영(五影)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여 퇴로(退路)를 확보하라.”


“알겠습니다. 그럼 막주님께서 직접 혈부광랑과 화무폭랑을 처리하시는 겁니까?”


“그래야겠지. 모두 준비해라. 한식경(30분 정도)후에 출발하겠다.”




냉하상의 명령에 나머지 오영(五影)은 각자 복장과 무기를 챙기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냉하상은 길게 숨을 크게 들이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얼굴을 가지고 있던 하얀 천을 풀었다.




“나도 천천히 준비해야지.”




냉하상은 입고 있던 옷을 벗고 검은 색 옷을 걸치더니 몇 개의 단검(短劍)과 암기를 품속에 갈무리 한다. 다음으로 검은 천으로 눈만 보이게끔 얼굴을 감싸더니 한쪽에 놓아두었던 무기를 가지려간다. 벽에 새워둔 두 자루 무기가 세워져 있다. 냉하상은 어느 것을 선택하지 망설인다. 그녀는 일점홍(一點紅)이라는 검(劍)과 광풍혈도(光風血刀)라는 두 가지 애병(愛兵)을 가지고 있다. 일점홍은 일격필살(一擊必殺)의 검법으로 검(劍)의 이름과 같은 일정홍(一點紅)이라는 검법(劍法) 펼칠 때 사용하는 검(劍)이고..........광풍혈도는 천인사도라는 별호를 만들어준 광풍천인도(光風天忍刀)라는 도법을 펼칠 때 사용하는 도(刀)이다. 




“광풍혈도를 사용할 일은 없겠지. 하지만 사람의 일이란 모르는 것이니 두 자루 모두 챙겨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야.”




천인사도 냉하상은 광풍혈도를 등에 고정시키고 일점홍을 손에 들었다. 지금까지 중원에 들어와 광풍혈도를 사용한 적은 없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광풍천인도를 사용할 정도의 적수(敵手)를 만나지 못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죽어야 할 사호팔랑은 지금까지 상대했던 놈들과는 차원이 다른 놈들이다. 물론 지금까지 죽인 놈들 중에 사호팔랑보다 뛰어난 무공을 익힌 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호팔랑은 정형화된 무공을 익힌 고수들과는 다르게 풍부한 실전경험(實戰經驗)을 가지고 있으며 그 실전경험이라는 것도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위험을 뚫고 오직 생사(生死)의 기로에서 치룬 처절한 전투들이었다. 




실전경험이 있는 자와 없는 자의 차이는 하늘과 땅차이다. 실제적인 전투(戰鬪)에서는 무공의 높고 낮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익힌 무공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삶과 죽음이 결정된다. 수준 높은 무공은 그만큼의 내공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많은 내력 소모가 뒤따르게 된다. 그러므로 전투에서 내력소모가 극심한 무공을 계속 사용하는 것은 자살행위와 마찬가지다. 전투에서는 적(敵)의 수준과 그 상황에 맞는 무공을 사용해야 하며, 전투의 진행상황을 보아가며 자신의 체력과 내공을 조절해야 한다. 그래야 전투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냉하상은 모든 준비가 끝나자 천천히 방을 나서니 오영(五影)이 모든 준비를 마치고 마당에 모여 있었다. 




“모두 준비가 끝났으면 출발하자.”




냉하상이 오영을 살펴보고 먼저 날아오르자 나머지 오영도 냉하상의 뒤를 따른다. 냉하상일행이 출발하고 조금 있으니 냉하상의 검은 마차를 몰던 마부가 말과 마차를 마당으로 끌고나온다. 만일의 사태를 준비해 미리 마차를 대기시켜 놓는 것이다.




도치일행이 머물고 있는 객점에 도착한 냉하상과 오영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지붕위로 올라왔다. 객점은 시간이 늦어 모두 잠잘 시간이라 쥐 죽는 듯이 고요하다.




‘일, 이, 삼영은 각자 맡은 놈을 처리하고 사영과 오영은 이곳에 남아 만일의 사태에 준비하라.’




냉하상이 전음을 보내고 오영이 고개를 끄덕거리니 냉하상은 자신이 먼저 벽호공(壁虎功-거미처럼 벽에 붙여서 이동할 수 있는 무공)으로 벽을 타고 도치의 방으로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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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치와 악무룡은 아침부터 마신 술이 과했는지 지저분한 탁자에 엎드려 코를 골고 있었다. 술이란 적당히 마시면 약이 되지만 과하면 독이 된다. 또한 술 앞에서는 장사가 없는 법이다. 아무리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이라도 두주불사(斗酒不辭), 먹고 죽자 식으로 마시면 술이 이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므로 술은 자신의 주량에 맞추어 적당히 마시는 지혜가 필요한 법인데.......도치나 악무룡에게는 그런 지혜가 없다. 누가 말리지 않으면 술이 이기나 자신들이 이기나 끝장을 보자는 식이다. 그들이 얼마나 많은 술을 마셨는지는 탁자 주위를 보면 알 수 있다. 탁자 밑에는 여섯 개의 빈 항아리가 바닥을 뒹굴고 있고, 탁자에는 10개의 빈병이 굴려 다니고 있다. 각자 최소한 3항아리의 술을 마신 것이다. 




도치와 악무룡의 코고는 소리가 요란한 방의 창문이 조심스럽게 열리며 검은 옷을 입은 냉하상이 나타났다. 냉하상은 벽에 매달린 상태에서 도치와 악무룡을 살펴보다가 조심스럽게 일점홍을 잡았다. 단 한수에 모든 것을 끝내야 한다. 살수(殺手)에게 두 번이란 있을 수없다. 




악무룡은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스치자 희미하게 정신을 차린다. 그건 도치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술이 취했다고 하지만 이곳은 적진(敵陣) 한가운데나 마찬가지다. 




도치를 비롯한 십이사들은 냉하상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욱 험난한 인생을 살아왔다. 잠마동에서는 생존을 위해 동료의 살까지 파먹었으며, 죽음과 같은 고통을 인내해야 했다. 또한 수많은 죽음의 함정이 도사린 생사관을 통과해야 했고, 잠마동을 출관한 이후에는 냉하상과 같이 천길 낭떠러지에서 외줄을 타는 듯한 살수의 길을 걸었다. 그것뿐인가? 누구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무림맹과의 전투에서도 살아남았고, 물위에서의 전투인 군산해전에서도 살아남았다. 




도치와 악무룡은 술에 취했지만 몸속의 세포들은 위험을 감지하고 주인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세포들이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하지만 술 취한 몸과 정신이 한순간에 깨어나는 것은 아니다. 도치도 위험을 알고 힘들게 눈을 뜨려한다. 하지만 눈꺼풀이 천근처럼 느껴지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냉하상은 악무룡과 도치의 미세한 떨림을 감지하고 창문을 통해 번개처럼 안으로 날아가 붉은 혓바닥처럼 꿈틀거리는 일점홍으로 도치와 악무룡을 내리찍는다. 악무룡은 등골이 싸늘해지는 살기(殺氣)를 감지하고 재빨리 의자에서 몸을 굴리려 했다. 그런데 도치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두면 차가운 검(劍)이 도치의 이마를 뚫어버릴 것이다. 악무룡은 이를 악물고 도치의 팔을 끌어 밑으로 던져버리고 자신도 몸을 굴렸다. 




“파팍~” 


“우당당탕~” 


“끙~ 이런 십팔~”




검(劍)이 살을 파고드는 끔찍한 소리와 함께 악무룡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온다. 냉하상의 검(劍)이 악무룡의 팔과 어깨에 바람구멍을 만든 것이다. 만일 악무룡이 도치를 끌어내지 않았다면 일점홍은 도치의 머리를 관통했을 것이다. 바닥에 쓰려진 도치는 힘들게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고, 악무룡은 한 팔로 자신의 어깨를 잡고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다.




냉하상은 일점홍이 빗나가자 당황했다. 지금까지 일점홍의 쾌검(快劍)을 피한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화기제조와 운용(運用)에는 뛰어나지만 무공은 약하다고 알려진 화무폭랑이 자신의 검(劍)을 피했을 뿐만 아니라 동료인 혈부광랑의 목숨까지 구해주었다. 아직까지 공중에 떠 있던 냉하상은 입술을 깨물고 바닥에서 일어나려는 혈부광랑의 심장을 향해 일점홍을 날렸다. 이미 부상을 당한 화무폭랑보다는 혈부광랑이 더욱 위험한 놈이기 때문이다. 




악무룡은 번쩍이는 붉은 빛이 도치의 심장을 향해 날아가자 무기를 꺼낸 틈도 없이 도치에게 몸을 날린다. 도치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신법이 뛰어난 놈도 아니기 때문에 검(劍)을 피할 수 없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도치.........엎드려.”


“이런 십팔...........누구야.”




도치는 머리가 깨질 것 같은 고통을 참고 일어나려는 순간 악무룡이 자신을 잡고 바닥을 구른다. 




“윽~ 이런 십팔..........등이~ 아윽~”




냉하상은 바닥에 차지하자마자 다시 바닥을 차고 날아올라 바닥을 구르고 있는 도치와 악무룡을 향해 날아갔다. 화무폭랑은 이번에도 자신의 몸을 희생하면서까지 혈부광랑을 구해 주었다. 만일 화무폭랑이 조금만 늦었어도 일점홍은 혈부광랑의 심장을 뚫어버렸을 것이다. 그런데 화무폭랑이 막는 바람에 일점홍은 화무폭랑의 등을 관통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악무룡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배를 움켜잡고 힘들게 일어난다. 도치는 두 번의 충격으로 정신을 차리고 악무룡을 바라보니 악무룡이 피를 흘리고 있다.




“피?.........악무룡........어떻게 된 거야.”


“멍청한 새끼~ 위를 보라 말이야.”




도치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자신을 부축하려하자 악무룡은 도치의 머리까락을 잡아 위를 바라보게 한다. 이젠 부상이 심해 도치를 구해줄 여력이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치는 머리가죽이 벗겨지는 고통과 함께 뱀의 혓바닥처럼 자신의 목을 향해 날아오는 붉은 검(劍)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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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마수는 자신의 방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마수는 일영(一影)과 이영(二影)이 자신들을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들이 무림군이나 사해방 쪽에서 보낸 감시자라고 생각하고 그들을 잡아들이려 하지는 않았다. 자신들은 무림군의 시선을 끌어 다른 십이사들을 보호하는 임무이기 때문에 굳이 감시자들을 잡아들일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다만 아침부터 술독에 빠져 있는 도치와 악무룡이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아무리 술을 마셔도 자기 몫은 하는 사람들이라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마수는 책을 읽다말고 고개를 들어 창문을 바라보았다. 느낌이 이상해 창문을 본 것인데 언제부터인가 자신을 감시하던 놈이 창틀에 걸터앉아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마수는 탁자에 있던 부채를 들고 조용히 일어났다.




“야심한 시각에 찾아온 걸보니 좋은 목적으로 찾아 온 놈 같지는 않고...........네놈은 누구냐.”




마수의 조용한 질문에 창틀에 앉아있던 일영은 대답대신 허리에 차고 있던 검(劍)을 뽑았다. 마수는 상대의 검(劍)이 초승달처럼 휘어진 반월검(半月劍)이라는 것을 보고 미간(眉間)을 찌푸린다. 중원에서 반월검을 쓰는 무사는 흔치 않다. 반월검은 양쪽에 날이 있는 중원의 검(劍)들과는 달리 한쪽에만 날이 있기 때문에 중원에서는 기형검(奇形劍)이라 사용하는 무사가 많지 않은 것이다. 




“반월검이라? 거기에 쓰고 있는 모자도 눈에 익어? 그래........검(劍)과 복장 그리고 눈빛을 보니 생각나는 놈들이 있군. 물론 자네들을 여기서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어. 이런 경우 고향사람을 만났으니 반갑다고 해야 하나? 음~ 하지만 살기가 등등한 것을 보니 반갑다고 인사할 상황은 아닌 것 같군. 안 그런가? 천인살막의 살수(殺手)님!”




마수는 신강에 있는 배화교 사람이다. 지금은 어떻게 하다보니 십이사의 일원이 되어 이곳에 있지만 한때는 배화교 군사의 아들로 신강에 있는 무림세력들과 그들의 무공에 대해 자신의 손바닥처럼 환하게 알고 있었던 사람이다. 마수는 일영의 복장과 검(劍) 그리고 풍기는 분위기를 보고 신강에 전설처럼 전해오는 하나의 살수집단이 생각났다. 




천인살막...........


신강에서 피와 죽음의 대명사로 전해오는 전설의 살수집단.........


그들이 신강이 아닌 중원에 나타난 것이다. 일영은 마수의 말에 잠시 눈빛이 흔들렸다. 자신의 검(劍)과 복장만 보고 단번에 정체를 알아보니 심리적으로 타격을 받은 것이다. 마수는 상대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보자 곧바로 부채를 날리니 부채가 공중에서 넓게 펴지며 일영의 목을 향해 날아간다. 일영는 마수의 부채가 빙글빙글 돌아가며 목을 향해 날아오자 고개를 숙여 피하는 것과 동시에 마수의 심장을 향해 검영(劍影)을 뿌린다.




“천인살막의 전광섬라검법(電光閃羅劍法)인가? 좋은 검법이지.”




마수는 자신의 심장을 향해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날아오는 검(劍)을 보고도 전혀 놀라는 기색도 없이 허리만 조금 비틀어 검(劍)을 피하고 빙글빙글 돌아오는 부채를 잡는 것과 동시에 일영의 대추혈(목 뒤에 있는 혈도)을 공격한다. 일영은 마수가 귀신같은 신법으로 자신의 검(劍)을 피하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대추혈을 공격하자 바닥을 차고 날아올라 공중에서 빠르게 회전하며 마수의 전신을 공격했다.




“전광섬라검법의 회선섬라식인가?.........그럼 이건 어떤가?”




마수는 일영이 몸을 회전하며 반월검으로 전신을 공격하자 뒤로 두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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