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천상(天上)의 향기 - 182부

본문

천상(天上)의 향기 182(칠백년의 약속)-16




무경은 풍운을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풍운을 알고 지낸 기간은 길어도 단둘이 보내 시간이 많지 않은 무경은 풍운의 성격이나 성품, 평소의 습관 등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 하지만 지금까지 알고 있는 풍운은 술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었다. 가끔 도치나 악무룡 등과 어울러 마시는 경우는 있었지만 자신이 마시고 싶어 마시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마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풍운이 직접 술을 마시기 위해 주점에 왔고 무경이 보기에도 많이 마신다싶을 정도로 마시고 있다. 풍운은 독하다는 죽엽청을 벌써 두 항아리나 마셨다. 보통사람이라면 쓰려져도 몇 번은 쓰려질 양이다. 술을 파는 노파는 풍운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술꾼들을 보았지만 풍운처럼 무식하게 마시는 사람도 처음 보았고, 그렇게 마시고도 말짱한 사람도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이상한 남녀야.......놈인지 년이지 분간도 어려운 물건은 퍼마시고........그걸 지켜보는 년은 말이 없고.........참~ 살다보니 이상한 물건들도 보네.”




노파는 한쪽 구석에 앉아 풍운과 무경을 바라보며 혼자말로 중얼거린다. 풍운은 현재 역용을 하지 않아 신선(神仙) 같은 모습이고, 무경은 풍운이 치료해준 이후 놀라보게 변해서 본래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노파는 평생을 살아오며 이렇게 아름다운 남녀는 처음 보았다. 또한 신선 같은 외모와 어울리지 않게 이렇게 많은 술을 퍼마시는 사람도 처음 보았다. 




“운랑.........무슨 술을 그렇게 많이 마셔요. 이제 그만 드세요.”


“쩝~ 취하라고 마시는데 취하질 않는군........그래 그만 마셔야겠지.”




풍운은 들고 있던 잔을 내리며 소매로 입술을 닫는다. 그런데 풍운은 자신의 말대로 두 항아리나 되는 술을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얼굴색하나 변하지 않았고 취한 기색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이젠 기분이 좀 풀리세요. 왜 그렇게 폭주(暴酒)를 하신 겁니까?”


“글쎄........어떻게 설명해야 하나?..........얼마 전까지..........그러니까 내가 잠마동에 들어가기 전까지........천한 노비의 신분으로........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거지로.......그것도 남에게 쫓겨 다닌 적이 있었어.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유쾌하지는 않아. 나는 그때 세상이 참 냉정하다는 것을 알았어. 누구하나 따뜻한 온정을 베푸는 이도 있었고........누구하나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이도 없었어. 오히려 돌림병 환자를 피하듯 피해버리거나.........그것도 아니면 가진 것도 없는 나에게 무언가를 빼앗으려 했지..........또한 내가 본 세상은 살만한 곳이 아니었어. 가진 자들은 없는 자들을 보살피기 보다는 더욱 악랄하게 그나마 가진 것까지 빼앗아 자신의 배를 불리기에 바빴고.........권력을 가진 자들은 자신이 가진 힘으로 의(義) 행하고 남을 보살피기 보다는 자신이 가진 힘을 이용해 남에게 군림(君臨)하려고만 했어. 금산반이나 악양왕이 그런 사람들이라고 단정할 순 없을 거야. 그들도 나름대로의 고통과 번뇌........그리고 나름대로의 계획이 있겠지. 그런데 이상하게 화가 나........이유는 잘 모르겠어. 그냥...........그냥 예전의 기억이 떠오르니 화가 난 것 같아. 휴~ 그만하자. 부질없는 생각이다.”




무경은 풍운의 정리되지 않는 말을 듣고 그가 생각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생각이 단순하거나 결론이 명확하다면 이렇게 복잡하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심리적으로 안정되지 못하고 생각이 복잡하니 말도 정리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풍운의 말속에.......그가 얼마나 따뜻하고 정의로운 사람인지는 알 수 있었다. 풍운은 가슴이 여린 사람이다. 천강성과 천살성의 운명을 동시에 타고났으면서도 생명을 존중하고 인간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이 있다. 




“운랑........운랑은 정의롭고 착한 분이세요. 저는 그것만 알고 있을 게요.........운랑께서 저보고 생각이 많다고 하셨죠? 생각이 많아 고민도 많을 거라고 하셨죠? 지금 보니 운랑도 생각이 많은 분이네요. 운랑............고민하지 마세요. 운랑은 지금까지도 잘해오셨고 앞으로도 잘하실 겁니다. 저는 운랑을 믿습니다. 아니.........운랑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운랑을 믿을 겁니다.”


“쩝~ 그런가? 내가 착한 놈인가? 내가 믿음직한 놈이라? 고민하지 말라?.........그래........이런 건 나답지 않다. 그만 일어나자. 림산의 일이 급한데 여기서 노닥거릴 시간이 없지. 참~ 무경은 아직 식사도 못했잖아.”


“운랑도 식전(食前)이시잖아요.......할머니........여기 식사가 될만한 것이 있나요?”




무경이 노파를 불려 물어보니 노파는 고개를 흔들었다. 촌구석 작은 마을에 있는 허름한 주점이라 간단한 안주와 술밖에 없다는 것이다. 풍운은 무경과 주점을 나와 객점을 찾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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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산에 남은 악무룡과 도치는 방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도치일행의 임무는 무림군의 시선(視線)을 끌어 무림군이 잡아두는 것이었다. 그런데 무림군은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자신들을 포기하고 림산에서 철수했다. 자연히 도치일행의 할일이 없어진 것이다. 도치는 술을 마시다말고 손가락으로 자신의 귀를 쑤신다. 가려운 모양이다.




“염병~............누가 내 욕을 하나. 왜 이렇게 귀가 가려워~”


“킥킥킥~ 남들은 좆 빠지게 고생하는데..........우린 술이나 처먹고 있으니 남들이 욕하는 것도 당연하지 않겠어. 욕먹어도 싸다. 싸~”


“쌍~ 우리가 놀고 싶어서 놀고 있냐? 할일이 없으니 놀고 있지.”


“글쎄........남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관두자........너나 나나 똑같은 놈인데 누워 침 뺏기는 그만하자. 자자~ 술이나 마셔.”




악무룡은 도치의 술잔을 술을 채워주고 자신도 술을 마신다. 도치는 연인이 없고, 악무룡은 곽지향이 없는 틈을 타서 술판을 벌인 모양이다.




한편 마수는 자신의 방에 있는 창을 통해 밖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가 살펴보고 있는 곳은 반대편 건물의 지붕이다. 마수는 며칠 전에 무림군이 감시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동료들을 함정을 빠트릴 뻔했다. 만일 그때 풍운이 눈치체고 적당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자신들은 무림군의 공격을 받았을 지도 모른다. 마수는 그때의 기억을 잊지 않고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언제부터인가 자신들을 감시하는 놈들이 있었다. 마수는 지붕에서 시선을 돌려 림산의 정경을 바라본다. 향상 활기에 넘치던 림산은 마치 유령도시처럼 변해버렸다. 길가는 사람도 찾아보기 힘들고 장사치들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다. 마수는 길게 기지개를 펴고 창문을 닫아버린다. 감시하는 놈들이 어떤 놈들인지 알 수 없지만 무림군이 아니면 사해방 놈들일 것이다. 다른 놈들이야 자신들을 감시할 이유가 없지 않는가? 




천유는 사우의 방을 찾아가 그에게 국선도 무공을 설명하고 있었다. 천유는 시간이 날 때마다 사우에게 국선도 무공을 알려준다. 사우는 자신의 정혼자이자 고려의 후손이니 당연히 국산도 무공을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사우는 지금까지 배운 무술과는 근본부터가 다른 국선도 무술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국선도는 일종의 정신무공, 즉 기(氣)의 무공이다. 지금까지 배운 무술처럼 몸으로 부디 치고 체험(體驗)하며 익히는 무술이라기보다 이해하고 깨달아야만 하는 무공인 것이다. 




“국선도는 일사님이 익히고 계신 음양도.......그리고 신라의 원화도와 함께 우리민족 고유의 무술입니다. 중원의 무공이 우수하다..........우리 민족의 무술이 우수하다 논하기는 힘들지만 사우님은 고려인이니 국선도 무공을 익히셔야 합니다.”


“잘 알고 있어요. 그런데 국선도에는 도법(刀法) 같은 것은 없나요?”


“있어요. 검법, 도법, 지법, 경공 등 다양한 무공들이 있어요. 다만 저는 저에게 적합한 몇 가지 무공만 익히고 있을 뿐이죠.”


“그럼 도법을 알려주면 좋겠어요. 저에는 도법이 적합해요.”


“저도 알고 있어요. 사우님의 기초가 완성되면 알려드릴게요.”


“알았어요. 기초를 튼튼하게 다지지 않고 쌓은 성은 모래성에 불과하다는 말씀이죠.”




왕천유.......그녀는 사우의 말에 빙긋 웃더니 다시 국선도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정혼자인 사우는 말도 없고 무뚝뚝한 사내지만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을 가진 남자이며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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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산의 외곽에 위치한 허름한 집에 은빛머리카락을 가지런히 묶은 여인이 창밖을 바라보는 여인이 있었다. 운명은 그녀에게 천인사도 냉하상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모래바람과 살을 태울 듯한 모래사막만이 펼치진 신강에서 배화교를 피해 중원으로 들어온 천인살막........그녀는 여자의 몸으로 신강에서 피의 전설로 통하는 천인살막의 막주였던 것이다. 그녀가 창문을 바라보고 있으니 그녀의 뒤에 5명의 사내가 귀신같은 신법으로 나타났다. 여인은 느린 동작으로 탁자에 있던 천으로 얼굴을 가리더니 천천히 돌아선다.




“다들 알아보고 왔어.”


“예! 오사일행은 여전히 성안객점에서 머물고 있으며, 떠날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은 군산전투 이전에 십이사일행과 함유한 활의 고수로 파악되었습니다.”


“이살과 십일살은 무림군의 뒤를 밟고 있습니다. 현재 섬서성 평리에 있습니다.” 


“육사일행과 함유한 무림인들은 흑도의 인물들로 파악됩니다.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천마마련, 사사천교, 배교의 무사들이 육사일행을 도와 림산의 양민들을 돕고 있습니다.”




사내들의 보고가 끝나자 여인은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리며 잠시 생각에 잠겨 있었다. 천인살막은 사천당가로부터 십이사을 죽어달라는 청부를 받았다. 그런데 십이사는 한곳에 머물려 있지 않고 분산되어 있다. 어떻게 보면 잘된 일이고, 어떻게 보면 문제가 복잡해졌다.




“어차피 모두 죽어야 할 놈들이니 누굴 먼저 죽이는 거야 상관없겠지. 일영과 이영은 성안객점에 있는 놈들을 면밀히 관찰하여 그들의 버릇이나 생활습관 등 모든 것을 조사해라. 기간은 하루를 주겠다. 하루 안에 모든 것을 알아내라.”


“알겠습니다. 그럼 당장 시작하겠습니다.”




여인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두 명의 사내가 연기처럼 사라진다. 하루 사이에 도치일행의 버릇이나 생활습관 등을 파악한다는 것은 불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일영과 이영은 아무런 불평도 없이 사라졌다. 그건 청부가 들어온 날부터 십이사 일행에 대해 조사했기 때문이 아닐까?




“삼영, 사영, 오영은 나와 함께 일영과 이영이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계획을 세운다. 너희들도 알겠지만 놈들은 지금까지의 상대했던 놈들과 다르다. 놈들은 풍부한 실전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죽음의 관문을 몇 번이나 통과한 백전(百戰)의 용사들이다. 무슨 말이지 알지. 조금만 실수가 있어도 우리가 당할 수 있다는 말이다.”


“알고 있습니다. 철저하게 준비하겠습니다.”




여인은 사내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더니 밖으로 나가라고 손짓한다. 사내들은 여인의 손짓에 바람처럼 사라졌고, 여인은 다시 천을 풀고 창밖을 바라본다. 그런데 그녀의 얼굴에 수십이 가득하다. 




“꼭 죽어야하는가? 그들도 우리랑 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인데..........휴~”




여인은 길게 한숨을 쉬고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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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리에서 도망친 배화교 일행은 섬서성을 벗어나 인적인 드문 야산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무림군이나 정체를 알 수없는 금빛 무복을 입은 놈들의 추적은 없다. 무림군의 함정에서 완전히 빠져나온 것이다. 이살은 부하들에게 군막(軍幕)을 치라고 명령했다. 이살의 품에는 혁린무가 죽은 듯이 안겨 있는데 그의 옷은 여기저기 불탄 흔적이 있고, 몸에도 많은 상처가 있다. 이살은 무사들이 군막을 치자 혁린무를 푹신한 담요에 눕혔다. 




“누구........의술을 알고 있는 놈이 있어.”


“지금 그걸 언제 찾고 있어. 기다려........내가 내려가서 의원 놈을 잡아올게.”




삼살은 곧바로 경공을 발휘하여 마을을 내려갔다. 이살은 혈영대와 흑풍대의 백장(百將)들을 불려 부하들을 쉬게 하고 피해상황을 파악하라고 명령했다. 이살이 대충 살펴보기에 900명의 흑풍대와 혈영대 중에서 이곳까지 무사히 도망친 숫자는 절반도 되질 않는다. 다시 말해 최소 450명이 죽거나 대열에서 낙오(落伍)되었다는 말이다. 이건 엄청난 피해로 군산대전에서의 피해에 육박한다. 더구나 자신들이 보호해야 할 혁린무도 부상을 당했다. 이살이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삼살이 나이 지긋한 노인을 옆구리에 끼고 군막으로 들어오더니 혁린무의 앞에 던져버린다.




“아이쿠..........나 죽네........아이고 허리야.”




노인은 오만상을 찌푸리면 허리를 붙잡고 힘들게 일어난다. 바닥에 떨어지며 허리가 삐끗한 모양이다. 삼살은 곧바로 검(劍)을 뽑아 노인의 어깨에 올렸다.




“엄살 피우지 마........앞에 보이지.........공자님을 살려내려.........공자님이 죽으면 너도 죽는다.”




노인은 자신의 어깨에 거쳐진 검(劍)을 바라보더니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검(劍)을 잡는다.




“검(劍)을 치워야 살리던 죽이던 할 거 아니야. 그리고 의원에게 부탁할 때는 공손하게 부탁해야지~ ............나이도 어린놈이 검(劍)부터 들이대고 협박하는 거야.”


“이놈의 늙은이가 죽고 싶어.”




삼살이 당장이라도 검(劍)을 내려칠 기세이자 이살이 삼살의 손을 잡았다. 




“치워~ 지금은 공자님을 살리는 것이 급하다..........의원 부탁합니다. 공자님을 살려주세요.”




이살은 삼살을 밀어내고 의원에게 공손하게 허리를 숙인다. 의원은 이살의 태도를 보고 입맛을 다시더니 죽은 듯이 누워있는 혁린무의 손목을 잡았다. 먼저 진맥을 할 모양이다. 이살은 의원이 진찰을 시작하자 삼살을 끌고 군막 밖으로 나왔다.




“왜 말렸어. 그냥 죽어버리고 다른 의원을 찾아오면 되잖아.”


“성질 죽어.........지금은 공자님을 살리는 것이 급해. 일단 의원을 믿고 기다려보자. 만일 형편없는 의원이라면 그때 죽어도 늦지 않아.”




이살의 말에 삼살은 입술을 깨물고 머리를 박박 긁는다. 이살과 삼살이 군막 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으니 군막 안에서 의원이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이살이 삼살을 밖에 두고 군막 안으로 들어가 보니 의원은 혁린무의 옷을 벗기고 상처를 살펴보고 있었다.




“부르셨습니까?”


“혹심 금창약 있어. 워낙 경황(驚惶) 중에 끌려와서 약상자도 챙겨오지 못했어.”


“금창약은 있습니다.........그런데...........금창약만 바르면 끝나는 겁니까?”


“그럼 뭘 더 바래. 이놈은 자기 스스로 내상을 치료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손쓸 일이 없어. 그냥 금창약이나 발라주면 내일아침에는 거뜬하게 일어날 거야.”


“저........정말입니까?”


“내가 비싼 밥 먹고 헛소리 할 놈으로 보여.........자세한 것은 나도 모르지만 스스로 치료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해. 그러니까 금창약이나 발라주고 기다려. 그런데........내가 금창약을 달라고 했잖아. 빨리 가져와 이놈아.”


“아예~ 잠시만 기다리세요.”




이살은 얼른 품속에서 금창약을 꺼내주니 노인은 금창약의 냄새를 맡아보더니 손가락으로 듬뿍 퍼서 혁린무에 몸에 덕지덕지 발라준다. 상처에 금창약을 다 바른 노인은 옆에 떨어진 혁린무의 옷에 손을 닦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이만 가봐야겠다.”


“공자님이 깨어나실 때까지 기다려 주세요. 혹시 잘못될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나보고 여기서 자란 말이냐?........집에 마누라가 기다린단 말이야.”


“오늘만 여기서 주무세요. 돈은 섭섭지 않게 드리겠습니다.”


“고얀 놈들.........알았다.”




노인은 혁린무의 옆에 대자(大字)로 누워 그대로 잠을 청한다. 이살은 길게 한숨을 쉬고 혁린무의 상태를 살펴보니 혁린무는 아기처럼 잠들어 있었다. 




혁린무는 온몸이 부셔지는 고통에 눈을 뜬다. 온몸의 뼈마디라는 뼈마디는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쑤시고 오장육보가 요동치며 엄청난 고통이 전해진다.




“헉~ 헉~ 헉~ 여기가 어디야.”




혁린무는 가슴을 움켜잡고 주위를 둘려보니 이살이 자신의 옆에 잠들어 있고, 약간 떨어진 곳에 처음 보는 노인이 대자로 누워서 자고 있다. 혁린무는 눈앞이 어지러워 눈을 감은 상태에서 한 팔로 바닥을 받치고 한동안 숨을 고른 다음 다시 눈을 뜨고 자신의 몸을 살펴보니 자신은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알몸이며, 여기저기 상처가 보이고, 상처에는 금창약이 덕지덕지 발라져 있다. 누군가 자신을 치료한 모양이다. 혁린무는 옆에서 잠자고 있는 이살을 깨웠다. 이살은 어제 피곤한 하루를 보내 깊은 잠에 빠져 있다가 혁린무가 흔들자 힘들게 일어났다.




“고.........공자님.........깨어나셨군요.”


“헉~ 헉~ 헉~ 여.......여기가 어디지.”


“평리에서 조금 떨어진 야산입니다. 공자님께서 부상을 당하셔서 이곳으로 모tu왔습니다.”


“헉~ 헉~ 무림군 새끼들은 어떻게 됐어. 깡그리 죽었겠지.”




이살은 혁린무의 질문에 대답을 못한다. 혁린무의 성격상 무림군으로부터 도망쳤다고 하면 불같이 화를 낼 것이다. 이살이 대답을 못하고 우물거리자 혁린무는 이를 악물고 이살의 뒤통수를 때린다.




“새끼야..........답답하잖아. 그냥 말해. 어떻게 됐어.”


“그것이........무림군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휴~ 쉽게 말해........좆 빠지게 도망쳤다는 말이지. 그래서 무림군 새끼들은 어떻게 됐는지 모른다는 말이지.”


“예~ 면목(面目) 없습니다.”




혁린무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다가 씁쓸하게 웃는다.




“너희들이 미안해 할일이 아니다. 책임자인 내가 잘못한 거야. 빌어먹을...........중원에 와서 되는 일이 없군........그런데.........저기 퍼질러 자고 노인네는 누구냐?”


“공자님을 치료하기 위해 데려온 의원입니다.”


“의원?.........저 늙은이가 날 치료했단 말이냐?”


“특별히 치료한 것은 없습니다. 의원말로 공자님 스스로 치료를 하고 계시기 때문에 자신이 손쓸 일이 없다고 하며 금창약이나 바른 정도입니다.”


“그래?........돌팔이 의원은 아니군.........깨워서 돌려보내. 아니다........늙은이가 우리를 보았으니 살려둘 수 없지. 밖으로 끌고 가서 죽어버려.”


“예?........죽이라는 말씀입니까?”


“말하기도 힘든데 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 일단 죽이고 와.”




혁린무의 명령에 이살은 미간(眉間)을 찌푸리다가 잠자고 있는 노인의 혈도를 제압한 다음 밖으로 끌고 갔다. 혁린무는 힘들게 자리에서 일어나 옆에 떨어진 옷가지를 입었다. 혁린무는 기절하기 전의 마지막 순간을 떠올려 보았다. 자신은 아수라진백마공의 마기(魔氣) 때문에 이성을 상실하여 무림군의 뒤를 쫓고 있었는데, 갑자기 관도전체가 붕괴(崩壞)되는 폭발이 일어났다. 자신은 폭발의 한 가운데에 있었기 때문에 엄청난 충격을 받고 정신을 잊어버렸다. 그게 혁린무가 기억하는 마지막이다. 그 후의 일은 기절한 상태였기 때문에 알 수가 없다. 혁린무는 몸을 움직여 보았다.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움직이는데 지장은 없다. 아마 아수라진백마공이 자신을 보호하지 않고 불사마공(不死魔功)을 익히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서 죽었을 지도 모른다. 혁린무가 힘들게 옷을 입으니 이살이 들어왔다. 




“벌써 처리하고 왔어.”


“늙은이 한명 죽이는데 금방이죠. 그런데 몸은 정말 괜찮으신 겁니까?”


“이정도로 죽은 놈은 아니니 걱정하지 마라.”


“도무지 믿어지지 않습니다. 어떻게 그런 폭발에서도 무사하실 수 있는 거죠. 더구나 스스로 치료까지 하시다니........무슨 특별한 무공이라도 익히신 겁니까?”


“왜?........알고 싶어?.........궁금하다면 알려줄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알고 들어라. 비밀을 많이 아는 놈일수록 제명대로 살기 힘든 법이다. 더구나 상대가 감추고 싶은 비밀을 알고 있는 경우는 더더욱 그렇지. 그래도 궁금하냐? 궁금하면 말해주겠다.”




혁린무의 차가운 말에 이살은 곧바로 손을 흔들었다. 혁린무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기 때문이다. 말해줄 수 있으나 알면 죽는다는 말이다.




“아닙니다. 전혀 궁금하지 않습니다.”


“후후후~ 그래?..........그래야지. 그게 오래 사는 비결이다. 한 가지 말해주면........나와 막내는 십대마공과는 별도로 남들이 모르는 무공을 한 가지씩 익히고 있다. 다만 형님은 잘 모르겠다. 워낙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니까?”




혁린영은 마안마공이라는 금지된 마공을 익히고 있었다. 그리고 혁린무 역시 익히는 것 차제가 금지된 불사마공(不死魔功)이라는 마공을 익히고 있다. 마안마공을 익히기 위해서는 여인의 순음진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수많은 처녀들의 음기를 갈취해야 한다. 이와 비슷하게 불사마공을 익히기 위해서는 갓 태어나 아기의 순백(純百)한 정기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수많은 신생아(新生兒)의 영혼(靈魂)을 희생이 있어야 익혀는 것이 가능한 무공이 불사마공이다. 그럼 불사마공이 익히며 어떻게 되는 것일까? 불사마공은 말 그대로 절대죽지 않는 불사신(不死身)을 이루게 해주는 무공이다. 목이 잘리거나 심장이 터지지 않는 한 절대죽지 않는 무공..........그것이 바로 불사마공이다. 또한 불사마공을 익히게 되면 아무리 심각한 외상이나 내상을 입어도 스스로 치료하는 능력이 생기게 된다. 혁린무가 위험을 감수하고 아수라진백마공을 극성까지 끌어올려 폭풍도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힘은 바로 불사마공을 익혔기에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혁린무은 아직 몸이 완벽하게 회복하지 못했다. 아무리 불사마공을 익혔다고 하지만 하루사이에 내외상이 모두 치유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혁린무은 힘들게 자리에 앉더니 이살을 바라본다.




“다른 놈들은 어디에 있지.”


“모두 밖에 있습니다.”


“얼마나 남았어. 많이 죽었겠지.”




혁린무의 조용한 말에 이살은 잠시 대답을 못하고 망설이다가 힘들게 입을 열었다.




“혈영대와 흑풍대를 합쳐 423명 남았으며 그중에서 50여명은 부상자들입니다.”


“423명?............900명 중에서 423명만 남았다면 477명이 죽었다는 말인가?”


“그건 확실하지 않습니다. 477명 중에 중간에 다른 곳으로 도망치거나 부상 때문에 따라오지 못한 무사들도 많았을 겁니다.”


“그게 그거지.........하여튼 남은 병력이 423명이란 말이잖아. 후후후~ 한심하군........한심해. 큰소리 탕탕~치고 왔는데.......이게 무슨 꼴이란 말인가? 멍청한 놈.........멍청한 자식.......”




혁린무는 머리를 숙이고 괴로워한다. 아버지와 형에게 무언가 보여주겠다고 큰소리치며 포부도 당당하게 2천의 무사를 끌고 왔지만 일천 오백의 무사들을 희생시키고도 아무것도 건지 것이 없다. 이건 막내인 혁린영의 실패보다 더욱 참담한 결과다. 혁린영은 비록 실패했지만 무림맹도 장악하고 십이사를 이용해 중원의 많은 고수들을 죽이는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자신은 많은 부하들을 희생시키면서도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다. 오히려 자신들이 키운 십이사들에게 농락당하는 것도 모자라 무림맹에게까지 공격을 받았다. 이건 심각한 문제다. 무림맹이 자신들을 공격했다는 것은 무림맹이 자신들의 정체를 파악했다는 말이다. 장강수로십팔체와 대륙상회를 장악하고 그들을 이용해 무림은 혼란에 빠트려도 시원찮을 판국에 오히려 자신들의 정체와 목적을 파악당해 중원 무림인들의 경각심(警覺心)만 높여준 꼴이니 얼마나 심각하고 한심한 일인가? 




이살은 혁린무가 이렇게 괴로워하는 모습은 처음 본다. 혁린무는 거칠고 싸가지 없는 놈이지만 향상 자신감이 충만한 사내였다. 그런데 지금의 모습은 지금까지 본 혁린무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이살은 어떻게 할지 모르고 혁린무을 조용히 지켜볼 뿐이다.




“휴~ 무림맹 놈들까지 우릴 공격했다면 우리 정체가 알려졌다는 말이군........조금만 조심했으면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것을..........림산으로 출발하기 전에 시안을 통해 무림맹의 동향을 파악만 했어도 이렇게 당하지는 않았을 것을........”




혁린무의 말대로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무림맹에 대해 알아보았다면 어제와 같은 공격은 받지 않았을 것이다. 무림맹을 비롯한 구파일방 등 백도무림에는 시안의 간세들이 심어져 있어 시안은 백도무림의 움직임에 대해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이 급했던 혁린무는 시안의 보기를 받기도 전에 발길을 돌려 림산으로 향했고 무림군은 함정을 파고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다가 공격한 것이다. 




혁린무는 앞으로의 일을 생각해 보았다. 모든 것이 엉망이 되었지만 마지막 희망은 있다. 사해방을 이용해 대륙상회를 장악(掌握)하는 것이다. 그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대륙상회가 배화교를 배신할 수 없도록 약점을 움켜잡아야 한다. 혁린무는 이살에게 부하들에게 밥을 먹이고 림산으로 출발할 준비를 하라고 했다. 대륙상회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최소한 대륙상회라도 손아귀에 넣어야 아버지나 형의 면목이 서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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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군은 아직 평리에 머물고 있었다. 사상자를 수습(收拾)하고 부상자들을 치료하며 배화교 놈들이 흘리고 간 포로들을 잡아들어야했기 때문이다. 홍인은 사상자들을 파악하고 죽은 자들의 관을 만들어 시신(屍身)을 수습했다. 다음으로 전투에서 부상당한 사람들을 따로 모야 부상이 심한 사람들은 응급조치를 하고 무림맹으로 돌려보내고 부상이 심하지 않은 사람은 간단한 치료를 해주고 부대에 함유시켰다. 홍인이 한참 사상자를 수습하고 있는 화원명이 다가왔다. 화원명은 배화교 사상자들의 수습하고 있었다.




“홍인님..........일은 대충 끝나가세요.”


“휴~ 사상자들이 의외로 많군요. 한 놈에게 너무 많이 당했어요.”


“그 혁린무라는 놈을 말씀하시는 거죠?........쩝~ 할말이 없네요. 제가 놈을 처리했어야 했는데.......놈에 대해서 너무 몰랐어요.”


“화원명님 탓이 아닙니다. 모두의 책임이죠. 놈에 대해 아무도 모르고 있었으니.........다들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겠죠. 설마 놈이 그런 무지막지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았습니까?”


“놈이 배화교주의 자식이며 무사들을 끌고 중원까지 들어올 정도라면 놈의 실력에 대해 어느 정도는 예상했어야 했어요. 우리가 자만(自慢)했던 겁니다. 조금만 더 생각하고, 조금만 더 주의했다면 놈들을 놓치는 일도 없었고...........이런 피해도 입지 않았을 겁니다.”


“그래요. 백번 지당한 말씀입니다. 배화교주의 자식이라면 십대마공 몇 개쯤은 익히고 있다고 생각했어야 했어요. 그랬다면 좀더 철저하게 준비해서 이런 꼴은 당하지 않았겠죠.”




화원명과 홍인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현원자가 다가왔다.




“화원명님.......잡아들인 포로들이 얼마나 됩니까?”




배화교 놈들은 같은 편 사상자들도 수습하지 못하고 급하게 도망쳤기 때문에 무림군에 포로로 붙잡힌 놈들이 상당수 있었다. 




“포로들은 100명 정도에요. 대신 사망자가 많습니다. 대충 세어보아도 200명은 넘는 것 같아요.”


“죽일 놈들..........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동료들까지 버리고 도망을 쳐~”


“그들로써는 최선의 선택이었을 겁니다. 도망치지 않았으며 앞뒤로 협공당해 전멸(全滅)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니까요? 그건 그렇고 대륙금위들은 어디로 갔죠. 현원자님은 군사님과 대륙금위들을 만나고 오셨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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