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천상(天上)의 향기 - 176부

본문

천상(天上)의 향기 176(칠백년의 약속)-10




육철량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심하게 말하면 사해방은 대륙상회라는 거대한 상인조직에 기생(寄生)하는 같은 문파다. 사해방은 대륙상회의 운송물량을 대신운송해주면서 생기는 수입이 수입의 대부분이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당장 대륙상회에서 대리운송업자를 다른 곳으로 돌리면 방파의 존립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그런데도 육철량은 대담하게도 대륙상회 회장인 금산반을 죽이고 반란을 일으켰다. 그럼 육철량은 무엇을 믿고 반란을 일으켰을까? 회장인 금산반만 죽이고 악양왕을 포섭하여 전매권만 차지하면 대륙상회을 장악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이건 무척이나 어리석은 생각이다. 대륙상회라는 조직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대륙을 통치하는 왕조는 역사의 수례바퀴에 따라 여러 번 바뀌었지만 대륙상회는 왕조의 부침(浮沈)과 관계없이 지금도 꿋꿋하게 번영을 구가하고 있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샘이 깊은 샘물은 가뭄에 아니 그친다는 말이 있다. 대륙상회는 순간적으로 반짝 생겨난 것이 아니라 모진 비바람과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고 수백 년 동안 꿋꿋하게 자기 자리를 지켜온 조직이다. 




대륙상회는 개인의 것이 아니다. 회장은 회원들의 대표자일 뿐이지 대륙상회의 주인은 아니다. 대륙상회의 본산인 림산을 쑥대밭으로 만든다고 대륙상회가 무너지는 것도 아니며, 대륙상회가 육철량의 것이 되는 것도 아니다. 육철량도 무력만으로 대륙상회를 장악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걸 잘 알면서도 육철량은 반란을 일으켰다. 육철량이 반란을 일으킬 수 있었던 힘은 바로 이른 아침 육철량의 방을 찾아온 노인들에게 찾을 수 있다. 




‘수전금왕 상관인문’ 




그는 대륙상회의 수석장로로 전직 대륙상회의 회장이었다. 그는 나이 40에 회장에 선출되어 금산반이 회장이 되기 10년 전까지 대륙상회의 회장직함을 가지고 있었다. 대륙상회 회장은 임기가 정해져있는 것이 아니다. 회원들의 지지만 있다면 평생 동안 할 수 있는 것이 회장이다. 또한 역사적으로 한번 회장에 선출된 사람은 죽을 때까지 회장으로 재직하다 죽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런데도 그가 중도에서 물려난 이유는 비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10년 전, 대륙상회의 재정(財政)업무를 담당하던 금산반은 상관인문의 비리를 밝혀내고 그에게 스스로 물려나라고 했다. 상관인문에게 명예롭게 물려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다. 상관인문은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바로 금산반에게 회장자리를 물려주고, 자신은 금산반의 배려로 장로가 되었다. 상관인문은 회장에서 물러난 이후 누구보다 청렴결백(淸廉潔白)한 생활을 하였으며 대륙상회의 발전을 위해 혼신(魂神)을 노력을 다했다. 회원들은 상관인문을 금산반과 함께 대륙상회를 받치는 두개의 기둥이라고까지 칭송했으면 그 공을 인정받아 수석장로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런데 그가 있었다.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던 그가 반란의 주동자 중 한명이었던 것이다. 




“림산에 있는 놈들은 절대 우리에게 돌아설 놈들이 아니오. 그런 놈들은 깨끗하게 쓸어버리는 편이 좋소.”




상관인문은 끔찍한 말을 너무나도 태연하게 한다. 오히려 듣고 있는 육철량이 오싹한 정도다.




“그래도 너무 많이 죽이면 반발이 심하지 않을까요. 적당히 이쯤에서 끝내는 것이..........”


“모르시는 말씀.........새 술은 새 포대에 담으라고 했소...........육방주가 무엇을 걱정하는지는 알고 있지만 우리가 사전에 약속한 것이 있지 않소. 나를 따르는 회원들만으로도 대륙상회를 이끌어 가는데 무리가 없으니 걱정하지 말고 모두 쓸어버리세요.”


“알겠습니다. 전 상관장로님만 믿겠습니다.”




육철량은 상관인문에 말에 힘들게 대답한다. 육철량이 가지고 있는 살생부는 거사(?)전에 지금 방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작성한 것이다.




“저기 그런데........다른 분들은 언제 도착하는 겁니까? 림산의 기능이 오일이상 정지하면 대륙전체가 마비됩니다.”


“내가 급전을 날렸어요. 늦어도 내일쯤에는 도착할 것이니 걱정하지 마세요.”


“알겠습니다.”


“이런, 이런~........우리가 눈치도 없이 바쁘신 육방주의 시간을 너무 많이 뺏었군요. 이만 일어납시다.”




육철량의 방을 찾아왔던 사해방의 장로들과 상관인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육철량과 상관인문의 대화가 무슨 뜻일까?.........................장사도 물건이 있어야 파는 것이다. 림산은 인체의 핏줄처럼 대륙 구석구석에 펴져있는 대륙상회 회원점포들을 연결하는 심장역할을 하는 곳이다. 사람의 심장이 멈추면 죽는 것처럼 림산의 기능이 멈추면 물건을 공급받지 못한 대륙상회점포들도 망할 수밖에 없다. 




설마 오일정도 기능이 멈춘다고 망할까?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백 명이 일렬로 줄을 맞추어 행군을 한다고 치자. 처음 출발할 때는 선두나 후미나 별다른 차이가 없다. 하지만 행군이 지속되다보면 어느 순간부터 선두가 한걸음 걸을 때 후미는 두 걸음을 걸어야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림산에서 하루가 지체되면 다음 도착지까지는 이틀이 지연되고 다름 도착지까지는 사흘이 지체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대륙상회에 있어서 오일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럼 상관인문의 말은 무슨 뜻일까? 림산에 머물고 있던 대부분 회원들은 사해방 무사들에 의해 죽임을 당하거나 감옥에 갇혔다. 림산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림산에 있던 회원들을 대처할 사람들이 필요하며 그 사람들이 늦어도 내일이면 도착한다는 말이다. 이는 다시 말해 금산반이 자신의 목숨과 회원들의 목숨을 담보로 밝혀내고 싶었던 반란의 무리들이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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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운은 무경을 안고 음양비로 림산을 벗어나자 넓게 펼쳐진 등판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여기서 잠시만 쉬었다 갈까?”


“힘드신 모양이죠.”




풍운의 품에 안겨 있던 무경이 아쉬운 듯이 풍운의 품을 벗어났다.




“힘든 것이 아니라 혈선을 부르려고 잠시 멈춘 거야.”


“혈선이라면 운랑께서 타고 다니시는 말(馬)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맞아. 그놈이야.”


“말(馬)을 풀어준 곳이 여기서 거리가 얼마인데요.”


“그놈은 하루에도 천리를 달리며 영특한 놈이니 잠깐만 기다리면 올 거야.”




풍운은 아랫배에 진기를 주입하고 하루높이 휘파람을 불었다. 풍운의 휘파람소리는 겉에 있는 무경의 귀를 간질일 정도로 미약하게 들리지만 실상은 주위 백리 밖까지 펴지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풍운은 휘파람을 불고 혈선이 올 때까지 나무그릇에서 쉬기로 했다. 풍운이 자신의 겉옷을 벗어 나무그릇아래에 깔아주자 무경이 먼저 나무에 등을 기대고 앉는다. 풍운도 무경의 겉에 앉으니 무경은 풍운의 어깨에 살며시 고개를 기댄다. 




풍운은 무경의 머리까락을 매만지며 하늘을 올려다본다. 이제 겨울이 물려가고 완연한 봄이다. 멀리서 시원한 봄바람이 상큼한 향기를 실고 날아온다. 풍운은 모처럼 한가해지니 선상에서의 일을 떠올랐다. 




당시 풍운은 무경의 생사혈관을 뚫어주기 위해 선천강기를 무리하다싶을 정도로 끌어올렸다. 엄청난 고통과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감을 극복하고 자신을 시험한 것이다. 그때 자신의 손바닥 위에 형성된 하얀 강기(剛氣)가 인간의 형상으로 변하더니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전라(全裸)의 여인으로 변했다. 그녀는 자신이 천상(天上)에서 내려온 사람이라고 했다. 천상의 전투가 끝나지 않아 아직은 이곳 현세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고 했다. 무슨 뜻일까?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 신(神)이라도 된단 말인가? 풍운의 당시의 상황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믿으려 하지도 않을 것이며 잘못하면 미친놈이라고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운랑!..........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세요.”




무경은 풍운은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자 풍운의 어깨를 꼬집고 질문한다. 풍운은 재빨리 정신이 돌아왔다.




“아무것도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니에요. 혹시 옥선소저나 다른 여자 생각하시는 거예요?”


“왜 내가 다른 여자 생각하면 안돼.”




풍운은 무경이 새침한 표정으로 물어보자 약간의 장난기가 발동했다. 




“그건 아니지만.........저가 옆에 있는데도 다른 분을 생각하시면 제가 슬프잖아요.”




아무리 똑똑하고 잘난 여자라도 여자는 여자다. 사실 따지고 보면 무경도 사랑하는 님에게 사랑받고 싶을 것이다. 할 수만 있다면 풍운을 독차지하고 싶을 것이다. 다만 현실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에 일정부분은 양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둘만 있는 시간에도 딴 여자 생각을 한다면 참을 수 없을 것이다. 무경이 현명한 여인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슬퍼진다는 표현이 아니라 단박에 쌍소리가 튀어나왔을지도 모른다. 풍운은 무경이 곧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은 표정으로 말하자 무경을 따뜻하게 감싸준다.




“농담이야. 농담한번 했다고 울어버리면 어떻게. 미안해.......미안해. 다시는 안 그렇게.”


“정말이죠?.........다시는 놀리지 않으실 거죠.”


“그래.........다시는 안 놀리게.”




무경은 슬며시 풍운의 품을 빠져나오며 풍운이 보기 전에 얼른 손매로 눈 주위를 닫는다. 눈물도 흘리지 않았으면서 닫는 행동을 뭐가?




“정말 무슨 생각을 하셨던 거예요.”


“선상에서의 일이 생각나서.........”


“선상이라면..............혹시..........그때의 그일.........”




무경도 집히는 것이 있는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인다. 같은 사건을 두고도 무경과 풍운은 각자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당시 처음에는 수라기(修羅氣)로 치료하다가 나중에 수라기로는 양기가 부족한 것 같아 선천강기로 치료하기로 했어. 마기(魔氣)나 사기(邪氣)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선천강기가 가장 순수하고 강맹한 양기(陽氣)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지.”


“잠깐만요. 방금 수라기, 마기, 사기, 선천강기라고 하셨나요. 그럼 운랑의 몸속에는 4가지 각기 다른 기운들이 있단 말씀이세요.”


“그런 셈이지. 아니다. 또 하나 있다. 무경을 치료하면서 빙백정의 기운도 생겼다.”


“그게........가능합니까? 어떻게 한사람 몸에 5가지 성질의 기운을 담을 수 있는 거죠. 물론 양의심공으로 두 가지 내공심법을 익힐 수 있다는 것은 알아요. 하지만 무려 5가지나 되는 내공심법을 익혔다는 말은 처음 들어요.”




무경은 아직 풍운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




“한번쯤 이야기한 것 같은데........아닌가? 수라마령신공은 일반적인 무공과는 틀려.........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일단 하던 이야기를 마저 할게.......당시 온몸에 돌고 있는 선천강기를 손바닥으로 인도하니 선천강기가 형상화 되었어.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고 있었던 거야.”


“선천강기가 형상화 된다?.......장법(掌法)이나 권법(拳法), 지법(指法) 등이 극한(極限)에 이르면 점(點)이나 륜(輪) 등으로 형태로 형상화 된다는 말은 들었어요. 하지만 그것도 직접 눈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장법이나 권법 등에 당한 사람의 상처에 남는 법인데........운랑은 선천강기가 형상화 되는 것을 직접 보셨단 말씀이세요.”


“놀라올 것도 없잖아. 검강(劍剛)이나 도환(刀奐)도 육안(肉眼)으로 확인되잖아.”


“그거하고는 틀려요. 검강이나 도환은 몸속의 기(氣)가 객체(客體)에 전이(轉移)되어 객체가 빛을 발하는 겁니다. 순수하게 기(氣) 차제가 육안으로 보이는 것과는 다르죠. 물론 화령장이나 암흑마장처럼 빛을 발산하는 경우는 있지만 그것은 순각적일뿐이지 일정한 형태를 이루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운랑께서는 선천강기가 형상화되었다고 하셨어요. 이건 저도 처음 들어보는 경우에요.”


“글세..........어떻게 설명해야 하나...........자세한 것은 차차 알아보아야겠지만 내면세계에서 만났던 여인 중에 한명이었던 같아.”


“내면세계의 여인?”




그때 멀리서 붉은 말이 초원(草原)을 화살처럼 달려오는 것이 보인다. 바로 풍운의 휘파람소리를 듣고 혈선이 찾아온 것이다. 풍운은 혈선을 발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경........방금했던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하자..........사실 나도 아직은 잘 모르거든........나중에 모든 것이 명확해지면 그때 이야기해 줄게.”




무경도 궁금한 것이 많았지만 일단 악양왕부로 가는 일이 급하기 때문에 더 이상 묻지 않았다. 풍운과 무경은 혈선을 타고 악양왕부를 향해 힘차게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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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질서와 혼란으로 마치 유령도시처럼 변해버린 림산에 검은색 마치가 한대가 나타났다. 마차는 림산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듯 온통 검은색으로 치장하여 마치 시체를 운반하는 마차 같았다. 마차를 모는 마부는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 따위에는 눈길조차주지 않고 림산 외곽에 있는 낡고 허름한 집으로 향했다. 




5년 전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이집에 살던 일가족이 비명횡사한 이후,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무성하여 그 누구도 접근하지 않는 패가의 앞마당에 마차가 멈추자 어디서 나타났는지 온몸을 갈색무복으로 감싼 3명의 사내들이 마차 앞에 엎드렸다.




“막주님을 봤습니다.”




세 명의 사내가 오체복지자세로 마차를 향해 머리를 조아리자 마차의 문이 열리며 하얀 무복을 입은 여인이 마차에서 내리고 여인의 뒤를 이어 엎드린 사내들과 같은 복장을 한 사내가 따라서 내려왔다.




“그만 일어나라.”




여인의 말에 엎드려 있던 사내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인은 사내들을 뒤로하고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폐가(弊家)를 둘려보았다.




“아무리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곳을 잡으라고 했지만 어떻게 이런 집을 골랐냐. 당장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구나.”


“그것이..........3년 전부터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에 낮에도 사람들이 찾지 않는 곳입니다. 그리고 겉으로는 허름해 보이지만 저희들이 와서 깨끗하게 청소했기 때문에 지내시는데 불편함은 없을 겁니다.”


“쩝!~~ 알았다.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하자.”




여인과 사내들은 함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안은 사내들의 말대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여인이 먼저 방에 마련된 탁자에 착석하자 나머지 사내들은 감히 마주앉지 못하고 그녀의 앞에 도열했다. 




“십이사들이 이곳에 있는 것이 확인했나?”


“있기는 있는데............모두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한곳에 모여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무슨 말이지.........자세히 보고해봐~”


“마수마랑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은 림산이 떠난 것으로 확인됐고, 육사와 구사 그리고 여인한명과 남자 4명이 림산근교에 있는 정채를 알 수 없는 무림인들과 함유한 것을 알아냈습니다. 또한 이사와 십일사는 실종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현재 남은 사람은 사사, 오사, 십사, 십이사 그리고 한명의 여인이 남아 있습니다.”




여인은 사내들의 보고가 계속되자 탁자에 팔을 올려 턱을 받치더니 창가 쪽을 바라본다. 사내들은 보고를 끝내고 고개를 숙인다. 하얀 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 표정은 알 수 없지만 여인의 행동으로 보아 자신들의 보고가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다.




“그걸 보고라고 하는 거냐.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들과 사내들이 뭐가 그렇게 많은 거야. 거기다가 이사와 십이사는 실종되고 가장 중요한 마수마랑은 림산을 떠났다.........그래 마수마랑이 어디로 갔는지는 알고 있는 거냐.”


“죄..........죄송합니다. 지금 당장 조사해서 다시 보고하겠습니다.”


“됐다. 그걸 또 언제 기다려”


“...............”


“사사, 오사, 십사, 십이사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이의 위치는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겠지.”


“예! 이곳에서 멀지 않은 성안객점에 머물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출발해서 정체가 파악되지 않는다는 여인에 대해 파악해라. 그리고 일영~”


“예!~ 하명하세요.”


“너는 이사와 십일사의 행방을 추적해서 내일까지 보고해라. 이영~”


“예!~ 하명하세요.”


“너는 육사일행과 함유한 무림인들에 대해 파악해서 내일까지 보고하라.”


“알겠습니다.”


“그럼 모두 나가봐~”




여인의 명령이 끝나자 방안에 서있던 5명의 사내들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여인은 사내들이 모두 사라지자 얼굴을 가리고 있던 하얀 천을 풀었다. 




“휴~ 남쪽이라 그런지 그래도 따뜻한 편이군.............사영(死影) 밖에 있느냐?”




여인의 부름에 지금까지 묵묵하게 마차를 몰고 왔던 검은 복장의 마부가 귀신같은 신법으로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




“부르셨습니까?”


“본진에 전서구를 날려 마수마랑의 행방에 대해서 조사하라고 해라.”


“알겠습니다.”




검은 복장의 마부는 대답과 함께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진다. 그런데 마부의 목소리가 이상하다. 어떻게 들으면 남자 목소리가 같기도 하고 어떻게 들으면 여자 목소리 같기도 하다. 




홀로 남은 여인은 머리까락을 묶고 있던 끈을 풀어 머리를 좌우로 흔드니 은색으로 빛나는 머리까락이 폭포수처럼 흘러내려 그녀의 어깨에 사뿐히 내려앉는다. 여자의 머리카락은 때론 마술 같은 변화를 일으킨다. 머리를 묶고 있을 때는 강인하고 싸늘하게 보였던 여인의 얼굴이 머리까락이 조화를 이루자 너무나도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한 것이다. 하지만 여인은 거울로 자신의 얼굴을 보는 것이 아니라 허리에 차고 있던 검(劍)을 뽑아 탁자에 올리더니 겉에 있던 천으로 정성스럽게 손질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의 외모를 가꾸는 것보다 자신의 애병(愛兵)을 손질하는데 관심이 더 많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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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운과 무경은 악양왕부가 보이는 객점에 머물고 있었다. 어제 밤늦은 시간에 도착한 것도 있지만 악양왕은 아무나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론 풍운이 천면역용술로 다른 사람으로 역용해서 만나거나 무력으로 밀고 들어가서 만날 수는 있다. 하지만 풍운과 무경은 부탁하러온 입장이라 악양왕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고 기분 좋은 상태에서 만나야 한다. 풍운과 무경은 이층 창가너머로 보이는 악양왕부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경........오기는 왔는데........어떻게 악양왕을 만나지. 그냥 밀고 들어갈까?”


“그건 곤란해요. 막무가내로 들어가다가는 별집이 되기 십상입니다.”


“별집?..........죽는다는 말인가?”


“겉으로 보기에는 허술하게 보이지만 각종 기관장치와 눈에 보이지 않은 수많은 경비무사들이 지키고 있는 곳입니다.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죠.”


“쩝~ 대충 짐작은 하고 있어. 그렸다고 불가능한 건 아니야.”


“알아요. 운랑의 실력이면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하지만 부탁하려온 입장에서 무력(武力)으로 밀고 들어가면 되겠어요?”


“그럼 무슨 방법이 있지. 내 이름으로 면회신청하면 콧방귀도 뀌지 않을 걸.”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없으면 제가 아시는 분의 성함이라도 팔아야죠. 학림원의 대학사님과 우리 아버님이 절친한 사이거든요.”




학림원은 대명(大明)제국의 고등교육기관으로 대명의 내놓으라하는 석학들이 즐비하고 황실에서 직접 제정을 담당하고 있으며 고관대작의 자제들과 대륙에서 이름난 천재들만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무경은 학림원의 대학사와도 인연이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풍운은 학림원 자체를 모른다. 그곳이 어디에 있으면 뭐하는 곳이지도 모르고 얼마나 대단한 곳인지도 모른다.




“학림원의 대학사가 대단한 모양이지. 악양왕이 만나주게?”




풍운의 물음에 무경은 어이가 없다. 아무리 세상사에 어두워도 학림원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는가? 그런데 풍운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무경은 학림원이 무엇을 하는 곳이며 그곳이 어떤 권위가 있는 곳인지 하나하나 설명해 주었다.




“그런 곳도 있었구나. 그럼 대단한 사람이내.”


“아무리 악양왕이라고 해도 학림원 대학사는 무시하지 못합니다.”


“그럼! 고민할 필요도 없네. 당장 만나러 가자.”


“운랑!........악양왕을 만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에요. 악양왕을 설득할 명분이 찾아야 해요.”


“육철량은 나쁜 놈이잖아. 왕(王)은 백성들의 억울한 점을 바로잡아주고 평안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들어줄 책임이 있는 사람 아닌가? 그러니까 당연히 나쁜 놈인 육철량을 벌하고 림산의 억울한 백성들을 구해줘야지.”


“그거야 당연한 말씀이지만 세상이 그렇지 않잖아요?”


“뭐가?”


“그.........그러니까.........사람들은.......그게.”


“하하하하~”




풍운의 갑작스러운 웃음에 무경이 당황한다. 갑자기 왜 웃는 것일까? 자신의 말에 이상한 점이라도 있는 것일까? 혹시 얼굴이나 옷에 뭐라도 뭍은 것일까? 무경은 자신의 얼굴을 만져보고 혹시나 몰라 자신의 옷도 여기저기 살펴보았다.




“왜 웃으시는 거죠?”


“무경이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복잡하다니요. 저는 사전에 충분히 생각하고 준비를 철저히 하기 위해서..........”


“무경!.........무경이가 똑똑하다는 것은 알아. 미래에 일어날 일까지 미리 알고 대비할 정도니 더 이상 할말은 없겠지. 하지만............세상은 무경의 생각대로만 움직여주지 않아. 때론 머리 보다는 가슴으로 생각해야 할 때도 있는 거야. 혹시 생각나?”


“.................”


“예전에 무경이 나에게 앞으로 일어날 세 번의 위험에 대해 알려준다고 했을 때, 내가 그냥 가버렸지. 왜 그랬다고 생각해. 당시는 무경이 적(敵)이라 무경을 의심하고 안 들었다고 생각해! 아니야. 나는 사람을 의심하기 보다는 일단 믿어주는 사람이야. 당시에도 무경을 말을 의심해서 피한 것이 아니라 미래에 닫칠 일을 미리 걱정하기 보다는 현실에 충실하고 싶었기 때문이야. 그리고 부딪쳐보지도 않고 미리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일단 부딪쳐보는 거야. 마수가 악양왕을 만났을 때, 마수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었다고 했어. 왜 일까? 믿기 아닐까?”




풍운의 장황한 설명이 끝나자 무경은 초롱초롱하게 빛나는 눈을 풍운을 바라본다. 풍운은 말대로 자신은 향상 머리로 먼저 생각하고 모든 것을 판단했다. 물론 지금까지는 몸이 불편해서 직접 몸을 경험할 수 없으니 머리로만 판단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자신의 영득함을 믿고 사람들의 행동양식, 사고, 지금까지의 습관, 주위상황 등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사람을 판단하고 앞으로 일어날 일까지 판단한 것도 사실이다. 또한 지금까지 자신의 판단은 한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 아마 그건 풍운도 인정할 것이다. 그럼 풍운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이며 자신은 왜 진지하게 풍운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던 것일까? 




무경은 풍운의 말에서 지금까지 생각지 못했던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때론 머리보다 가슴으로 판단하라.’ 




아마 자신이 사랑하지 않았다면 영원히 이 말의 뜻을 몰랐을 것이다. 인간의 감정이란 머리로 판단할 수 없는 것이다. 특히나 사랑은 계산이 불가능한 것이다. 아마 풍운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남자들의 ‘믿음, 신용, 의리’이런 것이 아닐까? 지금까지 금산반과 악양왕은 수년이 넘는 세월동안 믿음과 신용 그리고 끈끈한 의리로 동업자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리고 금전적인 문제를 떠나서도 금산반과 악양왕은 남자대 남자로써 우정을 끼워왔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육철량이 제시한 이익에 눈이 어두워 악양왕이 금산반을 배신했을까? 풍운이 말하고 싶은 것은 이것이 아니까?




“무슨 말씀인지 대충은 알 것 같아요. 악양왕과 금산반 사이에 다른 사람이 모르는 다른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씀이죠.”


“대충 그래........그러니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일단 만나보는 거야. 그 다음에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다시 고민해 보자.”


“알았어요. 그럼 머뭇거릴 필요가 없네요. 당장 출발해요.”


“갈 때 가더라도 배는 채우고 가자. 우린 아직 아침도 안 먹었어.”


“참~ 그랬죠. 내 정신 좀 봐~........우리 내려가셔 식사부터 해요.”




풍운은 피식 웃고 무경과 함께 이층 방에서 일층에 있는 객점으로 내려왔다. 점소이는 어제 밤에 도착한 남녀를 보고 혀를 찬다. 여자가 너무 불쌍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여자는 하늘에서 떨어진 선녀처럼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운데 옆에 있는 남자 놈은 오층에서 떨어트린 메주덩어리처럼 생겼기 때문이다. 풍운은 림산을 출발하기 전에 점소이가 본 메주 같은 얼굴로 역용을 했다.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남녀는 창가에 자리했다.




“주문하시겠습니까?”




풍운과 무경이 자리에 앉자 점소이가 쪼르륵 달려와 허리를 굽신거린다. 그런데 점소이란 놈은 풍운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무경의 얼굴만 뚫어지라 바라본다.




“야채만두 2접시하고 간단한 요리를 주세요.”


“간단한 요리요? 어떤 요리요?”




점소이란 놈도 보통 사람들처럼 생김새를 보고 사람을 차별하는 모양이다. 무경에게는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간드러진 목소리로 말하더니 풍운에게는 투명스럽게 말한다. 풍운은 힐긋 점소이를 올려다보더니 한쪽 벽을 가르친다. 벽에는 몇 가지 요리 명칭이 붙어 있었다.




“저걸로 주세요.”


“알았어요. 다른 것 필요 없죠.”




점소이는 무경을 한 번 더 쳐다보고 주방으로 달려간다. 풍운은 점소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손가락으로 자시의 얼굴을 긁적거린다.




“아무래도 이 얼굴은 이상한 모양이군. 무경과 너무 어울리지 않아서 그런가?”


“제가 보기에는 너무 못 생겼어요. 설마 그 얼굴로 악양왕을 만나실 건 아니죠.”


“쩝~ 그런가? 어디 보자.”




풍운은 고개를 숙이고 잠시 있더니 다시 고개를 들었다. 잠깐 사이에 20대 초반의 잘생긴 귀공자로 변한 것이다.




“어때.........이번 얼굴은 마음에 들어.”


“방금 전 얼굴보다 백번은 낮네요. 그 얼굴로 만나시면 될 것 같아요.”




그때 점소이가 만두를 가지고 왔다. 점소이는 만두를 내려놓다말고 멍청한 표정으로 풍운을 바라보고 있다. 메주처럼 못생긴 놈은 사라지고 귀공자가 앉아 있기 때문이다.




“만두 떨어져요. 조심하세요.”




풍운의 말대로 만두가 접시에서 떨어지려고 한다. 점소이는 그제 서야 정신을 차리고 만두 접시를 놓고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재빨리 도망친다. 사람의 얼굴이 삽시간에 변했으니 귀신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다. 곧이어 풍운이 주문한 요리도 나왔다. 풍운과 무경이 식사를 마쳐갈 때쯤 밖에서 요란한 **가 났다. 풍운은 무슨 일인가 궁금해 밖을 바라보니 혈선이 마구간을 뛰쳐나와 이리저리 날뛰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잠시 기다리고 있어. 밖에 좀 다녀올게.”




<<계속>>




ps : 이번편이 조금 짧게 느껴지실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본래 7장이 한편이었습니다. 제가 앞서 올린 두편이 긴 것이죠? 그리고 제가 검토하다보니 금태반이 정확한 이름인데 복구하고 나서는 금산반으로 쓰고 있더군요. 이왕 금산반으로 쓰여졌으니 그냥 금산반으로 쓰겠씁니다. 다시 말해 금태반 = 금산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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